이따금씩 안산의 하와이로 불리는 ‘대부도’로 바람을 쐬러 가곤 한다. 가 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대부도는 시화 방조제로 연결되어 지금은 육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섬이 가진 낭만과 서정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대부도를 좋아하는 것은 ‘어머님 품 같은 온화함과 정겨움’, 그리고 안단테풍 느림의 미학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에 온화함이 묻어 있어 좋고, 무엇이 그리도 부끄러운지 수줍은 듯 바닷 속으로 얼굴을 파묻는 저녁의 석양이 정겨워 좋다. 그리고 맛조개랑, 소라를 듬뿍 연탄불에 올려 손수 구워 주는 조개구이 할머니의 여유로운 손길이 있어 더욱 정겹다.
우리네 일상은 긴장과 분주함의 연속이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긴장과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알레그로(빠르게)’라고 할 수 있다. 원래 빠른 템포의 음악은 경쾌함이 있어 좋고, 속도감이 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인생이 알레그로 일색이라면 사람을 금방 지치게 하고 삭막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바쁘더라도 돌아가고 쉬어가는 느림의 미학을 한번쯤 즐겨보자. 그런 의미에서 올 가을에는 ‘알레그로’풍의 동해안보다는 다소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는 ‘안단테’풍의 서해안을 권하고 싶다. 어떤 시인은 ‘동해바다의 대책 없는 파도, 대책 없는 제주의 바람 파도보다/ 이곳은 진펄 밭의 페로몬 냄새의 원동력 속에/ 베개를 포근히 베고 잠들 수 있었음은/ 얼마나 싱싱한 삶이었던가’ 하면서 서해 바다의 여유로움을 노래한다.
10월은 알레그로의 빠른 템포를 잠시 접어두고, 서해안에서, 특히 안산에서 안단테의 여유로움과 문화예술의 정취를 즐겨 보길 바란다. 마침 이달에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고품격’ ‘안단테’ 리듬의 뮤지컬 ‘꼭두별초’가 올려진다. 고려시대 이 지역에서 있었던 대몽항쟁(대부별초이야기)을 고품격 뮤지컬로 꾸민 것으로 안단테리듬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올 가을은 ‘안단테’를 즐겨보자. 안단테!
/이 두 철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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