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다음 세대에 대한 배려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명소로 태안반도 서쪽 끝에 있는 만리포 해수욕장은 천리포 해수욕장과 남북으로 이웃한다. 간만의 차가 커서 썰물 때의 넓은 사장이 드러난다. 백사장의 길이 2.5㎞, 너비 100m, 면적 20만㎡로 국내 최대 해수욕장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보존 가치가 있는 천혜의 자연 경관이 위기를 맞고 있다. 개발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만리포까지 밀어닥침으로써 태고적 창조주가 선물로 준 금수강산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만리포는 요즘 해수욕장으로서의 가치를 위협받고 있으며, 모래사장의 끝부분에는 폐건축 자재들이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있다. 이는 비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환경훼손과 남용으로 인한 후유증이다.

러브록 교수의 ‘가이아이론’이란 것이 있다. 가이아란 지구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이론이다. 즉 지구는 자기 조절을 위한 능동적 기능을 통해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그대로가 최상이다. 사람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마구 다루고 남용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해안도로의 옹벽은 파도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모래의 움직임을 어렵게 하고, 무분별한 모래 채취는 모래층이 빈약해져 더 이상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기감은 바닷가 뿐 아니라 금수강산이던 산과 강 모든 곳에서 느낄 수 있다.

환경은 생명이다.

이제는 심각하게 우리만이 아닌 다음 세대와 우리들의 후손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할 시기이다. 벌써 늦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자연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과 환기를 통해 자연환경 남용의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사회에서 강제하는 법규와 제도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자연의 유익을 누리고 있는 개인의 각성이 절대적으로 시급하다. 그 실천은 큰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깨어 있는 자원을 사용,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절제가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좀 번거롭지만 주변을 한 번 둘러보며 쓰레기통을 관심있게 들여다보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안 명 환 수원 명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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