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역사를 바꾸는 진실한 힘

한 정신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의사가 회진을 하는데 환자 한 사람이 뭔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그 환자는 침대보를 들추기도 하고 침대 밑에 기어들어가기도 하며 뭔가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다. 의사는 환자에게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환자는 아주 답답한 표정으로 “잃어버린 나를 찾습니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온 병실을 휘저으며 열심히 찾고 있는 환자를 뒤로 하고 사무실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신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즉 참된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을 아는 사람과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또한 잃어버린 것을 아는 사람 중에도 두 종류가 있는데, 곧 잃어버린 것을 찾고 있는 사람과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잃어버린 참된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이 하는 말이나 행동이 맞기는 한데 우리의 일상 삶에 적용하기는 거북살스럽고 힘겹다는 것이다.

적당히 환경에 타협하고 다수결에 순응하면 될 일인데 자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역사를 바꾸는 진실한 힘은 이들 속에 있다. 잃어버린 것을 알면서도 찾지 않는 의사보다는, 비록 정신병자라는 말을 들을 지라도 끊임없이 삶의 참된 가치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기에 바다가 썩지 않음같이 우리 사회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1일 열렸던 사회소수자와 함께하는 더불어사는 사회문화제는 우리 가운데 존재하면서도 존재하는 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가치를 공감하는 자리였다. 특히 트랜스젠더그룹이었던 레이디같은 경우는 아직까지도 사회적으로 감추고 싶은 소수자들이지만 이날 대중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므로 소수자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받았다는데 의의가 있었다.

이주노동자, 탈북자, 혼혈인 등은 우리와 함께 엄연히 살고 있으면서도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 사회문화제에서는 이들이 다수자이고 오히려 다수자가 소수자로 위치가 역전되는 모습이었다. 다수자와 소수자는 영원불변한 것이 아닐진대 경계가 무너지면 서로 공감하는 ‘나’일진대 이번 행사는 잃어버린 참된 가치를 찾는 시도였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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