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철도박물관

박물관(Museum)의 어원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문예의 여신 뮤즈(Muse)를 섬기는 신전인 뮤제이언(Mouseion)이 라틴어 뮤지엄(Museum)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여신 뮤즈가 좋아하도록 문예품을 보기 좋게 전시하던 사람이 오늘날 학예사(curator)의 원조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는 크고 작은 박물관이 300여개 있지만 아쉽게도 철도박물관은 경기도 의왕시 한 군데 밖에 없다. 외국에는 나라마다 많은 철도박물관이 있으며 가까운 일본만 해도 30여개가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많은 철도회사가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철도를 정부기관(철도청)으로 운영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철도박물관 관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

철도박물관은 약 8천500여평의 부지에 전시관과 옥외전시장이 있어 옥외 전시장에는 옛날의 증기기관차, 좁은 철길을 달리던 꼬마열차인 협궤열차, 비둘기호 객차, 대통령 전용 귀빈객차 등 각종 차량과 증기의 힘을 이용했던 스팀 기증기 등 장비가 전시되어 관람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 등이 촬영되고 있으며 넓은 공간은 좋은 휴식처로도 활용된다.

전시관에는 각종 차량 모형을 비롯하여 옛날의 기차표, 철도직원 제복, 역에서 쓰던 각종 물품, 사진, 도구 등 1만여점이 전시되어 볼거리를 제공하고, 철도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연구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관람객은 유아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층이 전국 각지에서 찾으며 연중 하루 평균 800여명이 입장하고, 9월과 10월은 하루 평균 2천~3천여 명이 방문해 혼잡을 이룬다. 많은 외국인들도 대부분 철도박물관을 방문한다.

한국철도공사는 사실상 철도경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철도박물관 운영을 위하여 연간 수억의 예산(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일본교통박물관은 우리 예산의 10배)을 사용하게 된다. 철도의 홍보측면 보다는 국민정서 함양과 문화생활에 기여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며 국제적인 측면에서는 나라 체면을 세워주는 가치있는 사업인 철도박물관 운영비 부담을 적자경영으로 어려운 한국철도공사에서 부담하기 보다는 정부차원의 지원으로 한층 더 격을 높여야 한다.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 유지와 지역별로 추가 설립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시킴이 옳다는 생각이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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