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계절이다. 수확의 계절 가을은 풍요로움을 나타내서인지 축제가 유난히 많다. 일년 내내 축제라는 이름을 붙인 각양각색의 행사가 전국에서 경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고대 부족국가의 제천의식에서 유래되어 액운을 멀리하고 풍요와 건강을 기원하고자 하는 신앙적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축제를 좋아하고 축제를 즐기는가? 사람들은 축제를 통해 일상의 일탈에서 오는 자유와 환희, 비일상성의 특별한 경험을 갖기 때문이라고 본다. 즉 생존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인위적이거나 가식적인 행동이 아닌 자발적 참여에 의해 축제 상황에서 펼쳐지는 놀이가 즐겁고 창의적인 체험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인간의 유희적 본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축제를 만들고 즐긴다. 그러기에 축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축제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축제는 오락성이 강조되어 지역의 역사성이나 개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관 또는 축제 개최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기획된 비슷한 프로그램의 놀이문화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주민이 원하거나 그들 삶에 접목되어 있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주체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아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자발성이 빠진 행사성 이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일본의 오카야마 모모타로축제에 참여하면서 축제의 모습이나 축제의 방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본의 여느 축제처럼 모모타로축제도 오카야마의 지역, 문화, 역사에 뿌리를 둔 시민참가형의 축제였다. 축제 기간 내내 오카야마 시민들이 보여주었던 넘치는 에너지와 흥겨움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의식주를 그대로 축제에서 보여주었고, 그들의 의상이며, 음식이며, 공간이 문화상품화 되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부분 또한 간과하기 어려웠다. 결국 축제의 소재가 문화상품이 되고 그것이 지역경제와 연결되어 문화산업으로까지 이어져 있었다. 단순히 3일의 축제가 아니라 지역주민과 지역과 외부 관광객이 긴밀하게 네트워크망을 가지면서 즐기고 참여하고 도시를 알리는 살아움직이는 문화유기체인 셈이었다. 더군다나 전통을 현대로 계승시키고 발전시키는 세련성도 무시하지 못할 점이었다.
이러한 성과는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축제의 성격이나 내용에 대해 충분히 공유되었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축제를 기다리고 축제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축제는 현대 축제의 의미인 지역의 일체성, 문화의 계승 및 보전, 문화상품 및 관광의 경제적 가치를 가진 축제였다.
이제 우리의 축제도 각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개성과 역사성을 고찰하여 지역우위의 축제를 기획하는 지혜와 장기적 안목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역주민이나 지역의 향토성이 유리되거나 배제되어 있는 축제가 아니라, 지역의 개성과 역사성을 바탕으로 저절로 흥겨워지고 그 삶 속에 녹아나는 축제, 기다려지고 나서서 이끌어가는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이를 채우고 고유의 색을 입히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박두례
부천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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