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절밥을 ‘정찬(淨餐)’이라고 부른다.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은 깨끗한 음식이란 뜻이다. 절밥에는 사계절의 이치와 자연이 그대로 담겨있다. 굳이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관광차 들른 사찰에서 절밥 한 그릇 먹어 본 사람이라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기억할 것이다.
이 거칠고 단순하기만 한 절밥이 21세기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지금 사찰음식은 병든 현대인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훌륭한 보약이 되고 있다. 절밥이 불치병에 걸린 현대인을 치유하는 보루인 셈이다.
예를 들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20년간 가려움증으로 고통을 받다가 이혼위기에 몰렸던 한 주부는 경남 산청 사찰에서 두 달간 지리산 자락에서 산나물을 뜯어 반찬을 만들고 밥을 지어 먹었다. 그 결과 피부가 매끄러워지고 가려움증이 진정됐다. 당뇨로 5년 동안 심하게 고생해온 다른 주부는 수도자들로부터 절밥을 소개받아 먹은 후 얼굴이 가라앉고 당뇨약도 하루 한 번으로 줄이는 등 놀라운 치료효과를 보였다. 이밖에 한 학급에서 여섯 명꼴로 보고 되는 ADHD(주의력 결핍 장애)아이들이 사찰음식으로 안정된 심성을 되찾는 효과를 얻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도자 스님은 “인공조미료, 인공청량음료, 인스턴트식품들로 청소년들은 참을성 없는 성품을 갖게 되고 어른들은 성인병에 시달린다”며 “공기 좋고 물 맑은 깊은 산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의 정진음식은 현대인에게 훌륭한 건강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사찰음식은 수도스님 말처럼 ‘마음의 살’까지 덜어낼 수 있으니 절밥은 마음까지 깨끗하게 한다. 물 좋고 공기 좋은 산사에서 산나물과 채소만을 재료로 하고 ‘정성’을 양념으로 버무린 사찰음식이 도시인들의 마음을 끌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소박하고 절제된 사찰음식으로 삶의 지혜까지 구해보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잘 닦아놓은 장독에서 꺼낸 장으로 간을 하고 두릅순, 산초 등 산에서 나는 갖가지 나물, 육류를 제외한 재료로 자연그대로 음식 맛을 내는 사찰음식은 불필요한 칼로리는 배제되고 체질을 조절하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사찰음식연구가들은 현대인들에게 친근한 맛을 주기위한 요리법을 제공, 절밥이 결코 밋밋한 음식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스님은 절밥과 가까이 접하면서 마음속의 탐욕과 군살까지 빼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이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이 무거워지고 게으른 마음이 일어나며,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큰 이익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인용, “음식을 절도 있게 먹어야 건강하다”고 역설했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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