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휴일 겹치는 공휴일은 대체휴일로

가족들과 함께 추석절 성묘 갈 날을 정하려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추석 전날은 귀성객들로, 추석날과 추석 다음날은 귀경객 들로 붐빌 테니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는다.

추석은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명절로 벌초와 성묘하는 관습에 따라 우리민족 최대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명절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차표는 1년 전 예매를 해도 순식간에 매진되고 철도뿐만이 아니라 항공, 해운, 도로 등 모든 교통수단은 예비수송능력까지 총동원해도 부족하기만 한 것이 추석 연휴기간의 교통현황이다. 때문에 연휴기간이 길어지면 분산효과에 따라 교통난은 완화되고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며 상대적으로 교통사고는 현저하게 줄어든다. 하지만 금년 추석처럼 전 후 여유가 전혀 없는 경우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걱정이 태산 같을 것 같다.

필자는 철도 현직에 근무하던 40여년의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연휴기간을 가져보지 못했지만 어디 철도직원뿐이겠는가? 우리 주변에는 연휴기간이면 더 바빠지고 더 걱정스러워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렇다고 대체 휴일이 주어질 수도 없는 형편이다. 박물관은 좀 더 심한 편이다. 철도박물관의 경우 1월 1일, 추석 및 설 연휴기간을 제외한 모든 공휴일과 토요일, 일요일 근무하고 월요일만 휴무다. 공휴일과 겹치면 공휴일이 끝난 다음날 하루를 쉬게 된다.

연휴기간 철도는 손님 많아 돈 벌어 좋겠다는 말도 하지만 철도인들은 수송기간 도로교통사정이 나빠지지 않도록 날씨가 쾌청해 주길 바라고, 안전수송에 장애가 될까봐 걱정이지 수입이 많아진다고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경험에 의한 판단이다.

대통령령 제15939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공휴일이 겹치는 경우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이 없다. 때문에 일요일과 겹치는 경우 공휴일 하루가 축소되며 토요 휴무제도 시행에 따라 토요일까지 겹치게 되면 공휴일은 이틀이 줄어든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진체(振替)휴일이라 해서 다음 월요일이 휴일이 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잘 사는 나라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정해진 공휴일이 운 좋게 휴일과 앞 또는 뒤로 연속되면 새해 초부터 연휴기간 계획을 세우며 법석을 피우고, 반대로 이번 추석 연휴기간처럼 휴일과 겹치면 포기해 버리기 보다는 이제 이런 경우 대체휴일을 만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모든 공휴일에 적용하기가 무리라면 우선 이동이 많은 추석과 설 연휴만이라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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