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갓 결혼한 후배에게 남편이 가사일을 많이 도와주느냐고 질문했다가 이런 대답을 듣고 새삼 깨달은 바가 많았다. 후배 왈, 자기네 부부는 서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사일을 함께 나누어 한다면서, 남편이 가사일을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졌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남편이 가사일에 참여할 때 도와주는 것이므로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이는 가사일이 여성(주부)의 고유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가사일은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족원 모두와 관련되므로 분명 가족 모두의 공동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가족원 중 주로 가정에 머무르는 사람이 가사일을 많이 할 수는 있으나, 가족원 모두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서로 나누어서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을 보면 가사일은 아내의 취업여부에 상관없이 여전히 여성의 몫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일하는 시간(경제활동)이 여성(아내)은 5시간 14분, 남성(남편)은 6시간 34분으로, 남성이 하루에 1시간 반 정도를 더 수입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도 이는 여성들이 비정규직, 파트타임으로 고용된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 맞벌이 부부가 가정관리와 가족보살피기에 참여하는 시간의 경우, 여성이 3시간 28분, 남성이 32분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하루에 약 3시간쯤 더 가사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맞벌이가 아닌 가구에서 남편이 가사일에 참여하는 시간은 31분으로 나타나, 아내가 전업주부이건 취업하여 일을 하고 있건 상관없이 남편들의 가사일 참여시간은 30분정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취업한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다. 문득 사랑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표현이 생각났다. 가족은 사랑으로 맺어져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사랑하므로 서로 도와야 한다. 이제 가사일은 여성들의 고유역할이기 때문에 남편들이 가끔씩 도와주는 차원이 아니라 가족원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박 숙 자 도가족여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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