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혁명 전야 격동의 시대를 온 몸으로 부대끼며 살았던 러시아 대문호이자 무한한 인류애(人類愛)실천자 톨스토이,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고 소박하다’는 진리를 간파했던 톨스토이,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조선침략에 반대했던 세계의 양심 톨스토이, 가장 위대하면서도 가장 소박한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가 한국인 앞에 섰다.
2004년 12월 10일부터 140일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톨스토이전은 생전의 그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가 작품 활동을 하며 썼던 친필원고가 러시아를 떠나 일반에게 공개되기는 그 전시가 세계 최초이기에 톨스토이의 체취가 더욱 물씬 풍겨나 한국인에게는 큰 축복이었다.
톨스토이전은 친필원고 외에도 에디슨이 선물한 축음기, 육성테이프 등 국보급 유물 600여점이 공개되어 러시아 대문호이자 세계의 양심으로써 19세기에서 20세기 초를 소용돌이 속에서 살다 간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는 명문 귀족이었지만 항상 인간애를 몸소 실천하는 노력을 통해 자기를 완성하려는 소박하고 검소한 모습과 생애 전반을 생생히 비춰주었다.
톨스토이가 직접 썼던 책상과 문방구류 유품 등 집필실을 재현, 그가 밤새워 원고지를 써내려가며 고뇌했을 모습들이 어렴풋이나마 눈에 잡혔다. 여기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 주옥같은 명작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며 숙연해졌다. 그는 1863년부터 69년까지 나폴레옹 전쟁을 배경으로 한 불후의 명작 ‘전쟁과 평화’를 탄생시켰다. 원제는 ‘전쟁과 민중’이었다. 전쟁의 주체는 민중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쓴 후 인생의 대 전환점을 가져왔다. 1873년부터 1875년까지 종교적 방황을 겪던 톨스토이를 구원한 것은 민중의 소박한 신앙과 사랑이었다. 그는 노자와 불교를 비롯한 동양 사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 무위와 선의 실천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임을 주장했다. 톨스토이의 ‘자성하라’ 논설 친필원고(1904년) 팸플릿 앞에서는 일본의 조선침략을 질타하는 세계의 양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일제의 한반도 침략이 노골화하자 그는 일본제국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 일본 천황에 대해서는 “깊이는 없으면서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다”고 조롱했으며, 조선침략을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를 “타락하고 무도한 인간”이라고 평했다.
톨스토이전은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한번쯤 나를 되돌아보게 하면서 그동안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묻게 했다. 톨스토이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우리에게 몸소 실천을 통해 가르쳐준 영원한 스승이었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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