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고 했더니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한창 더운 팔월은 온갖 단어들을 떠오르게 한다. 휴가, 폭염, 짜증, 시원함 등등… 여름이 가질 수 있는 특색있는 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같이 어수선하고 조금은 처진 듯한 세상 안에서 몇 년 전 네팔 트레킹 후 인도 사막을 사파리한 때가 뇌리를 스치고 간다.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후 우리 팀은 인도 서부에 위치한 자이셀메르 북부에 있는 삼샌드라는 곳에서 사막 사파리를 하게 되었다. 사막 사파리는 동료 3명과 같이 즐기게 되었는데 낙타는 1인당 한 필, 마부, 마부조수, 훈련용 낙타 등 총 7마리로 낙타 군을 형성하였다.
일정한 지점을 기점으로 사파리기간에 따라 원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다. 낙타에 물, 식량, 블랑킷(담요) 등을 각자의 낙타에 싣고 다니는 일종의 이동식 거주지인 셈이다.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두 시간쯤 낙타를 타고 이 곳 저 곳을 옮겨 다니면서 사막의 이모저모를 구경하고 마부와 조수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3박 4일의 여정을 보냈다.
그중에서 기다려지는 것은 저녁 때가 되면 고운 모래언덕이 많은 곳을 찾아 사구마루에 각자의 블랑킷과 침낭을 펴고 누워 온통 별과 달이 가득 메운 하늘을 지붕 삼아 잠자리를 정하는 때이다.
온돌방 같은 모래에 누워서 타원의 하늘이 눈을 가득 메울 때면 어느 틈엔가 피로가 엄습하여 저 깊은 잠속으로 아련히 빠져든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언제나 마부와 조수는 익숙한 톤으로 “아 유 해피?”라고 웃음 띤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우리가 “아 엠 해피”라고 하면, 영락없이 “아 엠 따블(더블) 해피”하고 되받아주는 천진한 웃음은 여정의 피곤함을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더블 해피’라는 말이 주는 어감은 처음에는 어색함이 따라다녔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고 씹을수록 맛이 나는 어구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블 해피’의 추억은 가슴 속에 남아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단어가 되어 아련함에 미소 짓게 한다. 문뜩 떠오르는 사막과 낙타 그리고 ‘더블 해피’, 이 더운 여름날의 시원한 생수처럼 다가온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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