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종교의 문화유산이 지구촌 곳곳에 널리 산재해 있다. 천주교 중심의 기독교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퍼져있고, 불교는 아시아에 집중되었다. 이슬람 문화유산은 아랍과 지중해 일부, 아프리카 일부, 중앙아시아에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은 우리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로서 지구촌이 함께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취지에 따라 세계 곳곳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8만대장경, 종묘, 경주역사 유적지구, 고인돌 유적(고창, 화순, 강화)이 있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가 있고, 세계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판소리가 있다.
그러나 일부 개발도상국은 개발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 귀중한 문화유산들이 소실되어 가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미얀마 바간(Bagan)은 세계적인 불교문화유산 가치를 지니고 있는데도 수 많은 불교유적이 마구 훼손,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어 세계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미얀마 중서부에 위치한 바간은 고대 통일 바간왕조 수도이며 ‘탑들의 고장’으로서 세계 최대 규모의 불탑유적이 형성돼 있다. 40㎢내 2천300여기의 탑들이 모여있어 도시 전체가 불교문화유적으로 장식된 노천박물관이다.
11세기초 통일국가를 건설한 아노라타왕이 200년에 걸쳐 쌓은 탑은 5천개를 헤아렸는데, 1287년 몽골 침입으로 많은 사원이 파괴되었다. 그 후 영국 식민지 시절 문화재 약탈과 1975년 대지진으로 황폐화되었다.
미얀마 정부는 경제난을 타개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편의시설과 문화재 복원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성과 경험부족으로 졸속 개발과 발굴로 인해 오히려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고 있다. 유네스코 학자들은 “이것은 복원이 아니라 파괴”라고 비판했다.
유네스코는 1980년 초부터 바간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 개입을 꺼리는 미얀마 정부는 유네스코가 제공하는 고고학적 지원프로그램을 거부하고 있다.
바간 지역을 돌아보면서 혹시 우리 문화재도 소홀히 취급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익산 미륵사지석탑 관계자들이 미륵사지석탑을 해체, 콘크리트로 봉합한 부분을 모두 떼어냈으나 원형을 몰라 복원에 애를 먹고 있다.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례라고 할 수 있다.
/홍 사 광 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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