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가 시대의 화두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직하지 못하거나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되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례가 우리 둘레에서 일상적으로 들린다. 또 취업 중인데도 실직의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들과, 기회만 되면 지금의 일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 모든 것이 일자리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일자리를 갖지 못하는 개인은 생계를 적절히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은 물론 자존심의 손상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나라경제 차원에서도 일자리 부족은 문제다. 인적 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경제의 잠재성장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업으로 인한 공동체의식의 훼손도 우려된다.
일자리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이 호조로워 노동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실업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정부가 경기진작방안에 부심하고 경기침체기에 노동조합이 사용자측에 협상조건을 양보하는 것도 기업 주도에 의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부문을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약해져 문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본과 발전된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 생산 및 관리 구조의 조정을 통한 노동의 절약, 세계화 진전에 따른 외국노동력의 자유로운 활용 등 고용시장 여건의 구조적 변화로 산업생산의 단위노동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이와 같은 일자리 축출적인 변화는 앞으로 더욱 속도를 붙여갈 전망이어서 기업부문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기업을 통한 고용창출 대책과 병행하여 다른 대책이 모색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직업훈련, 취업알선, 노동시장정보 제공 등에 의해 이 한계가 부분적으로 보완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사용자가 창출하는 일자리에 기대어 문제가 해결되는 한, 정도는 덜 하겠지만 근로자는 일자리와 관련하여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용자에 의한 일자리의 창출 효과가 근본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 아닌가? 사용자와 더불어 노동자가 주도권을 쥐고 일자리 문제를 푸는 방안은 없을까? 사용자들이 탐낼만한 소양과 능력을 근로자가 갖추면 되지 않을까? 기술진보 앞에 무력해지는 단순한 업무숙련과 경험축적을 넘어, 창의와 새로움에 바탕을 둔 자질을 키우는 것이 절실하다. 이는 근로자와 예비근로자들이 명심해야 할 삶의 길이기는 하지만 일자리 문제를 다른 쪽에서 뛰어넘는 이 같은 해결을 지원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기도 한다.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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