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우리를 기쁘게 하는 축제들

8월의 경기도는 그야말로 축제의 바다에 빠져들고 있다. 세계평화축전의 평화앙상블과 월드뮤직콘서트, 수원 화성연극제의 프랑스의 대형 야외극 맥베드, 세계야외공연축제의 바람의 아들 등 일련의 작품들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기에 기대가 크다. 유례가 없을 만큼 경기도 전역에서 한꺼번에 좋은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어 관람 스케줄을 잘 조정하면 한여름 무더위쯤을 털어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축제 과잉이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경기도의 축제 프로그램은 도민은 물론 공연관계자와 서울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다. 축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도에 따라 성패가 결정되기에 이번 경기도 축제들은 성공을 예감케 한다.

시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성공적 축제의 전형이라고 할만한 일본의 작은 도시 시바타축제를 참관한 적이 있다. 시바타축제는 시민대표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시민 스스로 예산을 만들고 운영함으로써 시민 참여도가 대단히 높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축제의 소요예산은 전 시민이 가구당 1만원 정도를 거두어 충당하는데, 수금률은 95%에 이르고 시의 지원예산은 25%에 불과하다. 축제 전야제는 불꽃놀이로 시작하는데, 축포를 터뜨릴 때마다 손자의 생일 축하 등 각종 명분으로 5만원씩 받고 그들의 이름과 사연을 멘트로 소개하는 풍경도 이색적이다. 시내 중심가의 상점은 거의 빠짐없이 축제 포스터나 현수막을 내걸고, 특별석 관람권을 1만원에 파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리면서 시민 참여를 유도한다. 특히 직장인들이 중심이 되는 퍼레이드는 그 가족들이 관람하고, 어린이들이 중심이 되는 퍼레이드는 부모가 관람하는 등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축제라는 점에서 축제의 본질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특히 시청, 우체국 등 기관과 기업, 각 동별로 100여명씩, 20여 팀이 참여하는 퍼레이드는 시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보여주는 축제’가 아니라 ‘함께 즐기는 축제’의 전형으로서, 출연자가 관중보다 많은 아주 특별한 퍼레이드였다.

올해로 네번째 치른 의정부음악극축제는 국내외의 유수한 20여 단체를 초청하여 5만여명의 관객을 모으고 중앙과 지역의 언론에서도 관심을 베풀어 이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축제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축제를 기획하고 조직하고 운영한 사람으로서 아쉬움 또한 적지 않다. 그것은 축제의 주인공이어야 할 의정부 시민들이 야외공연과 어린이극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무대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물론 극장문화를 접하기 시작한지 불과 4년 남짓이기에, 문화감수성 훈련의 절대시간이 부족하다고 자위할 수도 있지만, 시민들의 발길을 극장으로 유혹하지 못한 주최자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관객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첫째는 전문가와 매니아들을 위한 레퍼토리와 일반 시민들이 요구하는 재미를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에 대한 안배가 부족한 것이고, 둘째로는 학교, 기관,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밀착 마케팅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본격적 야외극과 찾아가는 거리 퍼포먼스 등을 통해 축제 분위기를 띄울 필요가 있다. 극장공연 역시 학생이나 시민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레퍼토리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각 기관이나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티켓판촉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한편으로는 참가작의 무대 완성도를 고집하여 의정부축제에 초청받는 자체를 참가단체가 영광으로 생각할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8월 경기도 전역에서 펼쳐지는 축제 프로그램을 보면서 좀더 치열한 반성을 통한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낀다.

/구 자 흥 의정부예술의전당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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