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국민의 철도

요즈음 고속도로는 자동차가 많아서인지, 도로가 부족해서인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만약 철도이용이 공짜라면 어떨까? 도로는 넓어지고, 빨리 갈 수 있어 길은 가까워지고, 기름 소비는 크게 줄어들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공짜 철도운행은 없다.

철도적자를 경영 잘못이나, 인력 과다 등등 여러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운임수준으로는 결코 적자를 면할 길이 없을 뿐 아니라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적정수준까지 인상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자폭을 줄여보려고 밤새워 근무한 직원들은 쉬어야 할 비번 날 손님을 모아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과도한 인력감축으로 안전운행을 위협하고, 서비스의 공백을 가져오며, 가뜩이나 어렵게 살아가는 시골의 그나마 편리하던 역은 정차열차가 줄어들고, 심한 경우는 아예 역이나 노선이 폐쇄되어 정말 살기 어려운 동네로 바뀌어 버린다.

경영개선을 위해 갖가지 수익사업 개발 등 안간힘을 쓰는 것이 개인적인 치부를 위해서나 급여를 더 받으려는 것도 아니건만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다보니 노력한 만큼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대부분의 노선과 열차는 적자경영이며 경영개선만을 위한다면 수도권과 일부 특정 대도시를 제외한 적자노선이나 적자열차 및 적자 역들을 폐쇄시켜야 된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의 대명제 달성을 위하여 각종 정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자노선이나 적자 역을 폐쇄시켜서는 결코 안된다고 생각된다. 전국 모든 철도가 함께 발전하고 같은 수준으로 이용이 편리해야 되며, 이것이 지역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철도경영자가 적자경영 탈피를 위해 매달리기 보다는 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으로 전국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철도를 만드는데 온 정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하고, 차장이나 기관조사 없이 기관사 홀로 열차를 운행하는 위험을 막아야하며, 필요한 곳에 적정 인원을 배치하여 적정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단독승무나 서비스 인력의 공백은 채용하려 해도 채용할 인력이 없는 부득이한 경우 비상수단일 뿐이지 예산절감을 위해 할 일은 아니다.

철도는 설령 정부기관이 아닌 철도공사가 운영한다 해도 국민의 철도다. 모든 국민이 고루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철도의 적자운영은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된다는 생각이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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