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누구의 잘못일까!

무장한 장교와 사병이 정체를 모르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아 칼에 찔리고 소총을 빼앗긴 후 포박당하여 승용차에 실려 다니다 도로가에 버려지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4년 10월에 강원도 철책선이 절단당하고 누군가가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이래 2005년 4월의 동해안 술 취한 어선의 월북사건, 5월의 서해 대청도 해군기지 고속정 분실사건, 그리고 6월의 북한군 1명 철책선 남하사건 및 전방 GP 내무반 수류탄 투척으로 장병 8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 군 관련 사건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한나라당이 국방장관의 해임 안을 제출하기도 하였으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로 부결되었다. 이로 인해 일련의 사건을 책임지는 당국자가 없는 이상한 모습이 되어 버렸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군 관련 사고의 근본원인이 당사자인 군 장병들 자신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할 군단장과 사단장에 대한 징계 결과 감봉 3개월의 처분이 이루어지고 해당 연대장의 보직도 변경되는 등 실무라인에서 책임지는 것처럼 보여지나, 이는 미봉책에 불과 할뿐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는 것이지, 일선에서 힘들게 국토방위임무에 앞장서고 있는 장병들에게 책임전가 할 일이 아니다.

지금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북한의 김정일을 만나 감격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보여주고 있으며, 앞장서서 쌀과 비료 등 각종 물자를 북한에 보내고 있고, 금강산을 다녀온 관광객은 100만명을 초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개성공단을 자유로 왕래하고 북한당국자나 군인들과도 만나고 있다. 이런 터에 우리의 장병들에게만 열악한 GP나 오지에서 한 치도 오차 없이 경계근무에 충실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태도이다.

정부당국자 자신들이 북한당국자들과 내통(?)하는 마당에 주적개념 없는 장병들에게만 적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대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무리가 아닐까 한다. 계속되는 군 관련 각종 사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절제되고 냉정한 대북관과 안보관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확신한다.

우리의 장병들은 협소한 침상에서 칼잠을 자면서 국토방위를 위해 경계를 서고 고생하는데 이들이 각종 사건 사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 당국자들부터 냉정해지고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고 조 흥 국회의원(포천·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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