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東方禮儀之國

한때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탐독하던 영어 참고서에 영국문호 셰익스피어작 햄릿에서 나온 주인공 햄릿과 그의 친구 호레이쇼의 대화를 인용한 한 구절이 생각난다. “호레이쇼, 이 세상에는 소위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물론 햄릿의 이 말에는 숙부의 간계로 어머니가 연루된 선왕인 부친의 비극적인 죽음을 의식한 말로 기억된다. 버트란트 럿셀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사람은 망원경이 볼 수 있는 먼 물체도 못보고 현미경이 볼 수 있는 미세한 것도 보지 못한다. 미끈미끈하게 보이고 느껴지는 평면도 현미경으로 보면 얼마나 울퉁불퉁한가?”라는 취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흔들리는 낙엽에서 또는 한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시원함 속에서 바람의 존재를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함께 각기 다른 수많은 전파가 떠돌고 있지만 우리는 그 전파를 볼 수 없다. 단지 각기 고유의 사이클과 채널에 따라 라디오나 TV로 그 소리를 듣고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지구의 자전과 공전에 따른 엄청난 소리도 듣지 못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간의 한계를 의식하고 자신의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겸허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한때 ‘東方禮義之國’이라 불려졌다. 평소 자신을 아끼는 주인을 불길로부터 구하고 죽은 개에 관한 이야기, 뱀의 먹이가 될 뻔한 둥지속의 새끼들을 구해준 나그네를 죽어가면서 살린 까마귀의 전설을 듣고 있다. 미물도 은혜를 은혜로 갚는데 우리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이 없는지 이제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보자.

東方禮義之國이 東方無賴之國이라는 이름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과 주변을 다시금 돌이켜 보자. 아니 더 적극적으로 각종 재해와 사고가 빈발하고 온갖 물신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하며 혼미한 이 세계에 참평안과 기쁨이 되는 진리의 샘물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에게서 샘솟게 할 수 없는지 찾아보자.

이의 가능성을 타고르는 예견하고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켜지는 날에 너는 東方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갈파하지 않았겠는가.

/황 치 영 인천항만물류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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