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행복하려면 단순하게

인간은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애오욕(愛惡慾)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불교는 스스로의 깨달음, 즉 석가모니 부처님의 해탈(解脫)을 통해 이러한 고통·번뇌·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속세간 근심이 없는 편안한 심경에 이르고자 정진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천지를 창조하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가 인간의 모든 죄악을 짊어지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써 하나님을 믿는 모든 사람은 죄를 용서받는 것이다. 이슬람교는 마호메트 예언자 계시에 따라 절대 유일하고 전지전능하며 천지만물의 창조자이자 지배자인 알라신 말씀에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 종교는 인류를 구원할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면서 탐욕에서 비롯된 오욕의 삶을 견디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계종 원로스님인 혜정스님의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간명한 이치인 연기사상은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정쟁과 갈등 등을 해결하는 정치적 대의로도 안성맞춤이다.

스님은 “개인주의가 만연한 지금 다양성 존중을 강조하는 연기사상은 화합과 협력의 밑거름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불교만이 지니는 차별성에 대해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전지전능한 신을 상정하고 그를 철저히 믿음으로서 삶을 완성할 수 있다는 타력신앙이라면, 불교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불할 수 있다는 자력신앙”이라고 답했다. 부처님도 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단지 깨달음에 먼저 도달했다는 차이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신이란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전지전능한 마음을 체험하기 위해 수행해야 한다. 스님은 “지금 머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하게 성찰하는 것, 그것이 수행이다. 불교는 마음을 찾아 깨치면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연기는 우주만물 개개가 주인이라고 가르친다. 우주 전체가 주인이라면 결국 나도 우주의 중심인 셈이다”고 설명했다.

수행의 기본은 마음을 잠재우는 일이다. 스님은 “계를 잘 지켜야 하는 이유는 청정한 마음을 갖기 위한 기반을 닦는 일이다. 욕심을 줄이고 삶은 최대한 단순화해라”라고 주문했다. 마음이 불교요 한 생각이 수행의 근본이다. 스님은 “수행법은 뭐든 상관없다. 참선, 기도, 염불, 간경, 절 등 자기성향과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골라 마음을 다스려라”고 촉구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비롯되는 모든 문제도 스스로 풀어야 한다. 이는 부처님의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라는 유훈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홍 사 광 (사)한국사회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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