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공짜 점심은 없다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중대형 주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공급 물량 부족이 이유라는 분석도 있고, 개발 기대감과 저금리를 배경으로 한 투기적 가수요가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세제 개편을 통해 문제를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서 부동산 관련 기사가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이다. ‘뜨겁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요즈음의 주택가격 급등은 비단 우리나라의 현상만은 아니다. 미국, 영국, 호주에서 뿐만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중국의 자산시장도 그야말로 부글거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주택의 실질가격이 세계 역사상 ‘이렇게 빨리, 이렇게 오래, 이렇게 많은 국가에서 오른 예가 없다’고 할 정도이다.

부동산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자산의 가격이득에 고무되어 소비 지출은 늘어가게 마련이다. 이렇게 늘어난 소비수요는 산업생산을 자극하여 경기를 부양한다. 높아진 주택가격은 주택건설을 촉진시켜 경기상승에 더욱 힘을 보탠다. 또 노후를 대비해 여유자금을 주택자산에 운용하고 있는 개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정신적 안정감을 갖기도 할 것이다.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주택 가격의 폭등 상황을 좋은 일 만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경제학의 제일 원리가 ‘공짜 점심은 없다’인데 부풀어 오른 것은 언젠가는 터지게 마련이다. 폭등 속에는 폭락의 인자가 내포되어 있다. 더구나 최근의 주택 매수 동기에 거주소유 뿐 아니라 투자가 상당히 많이 섞여 있는 상황이고 보니 하락 조짐이 보이게 되면 투매현상이 야기되고 이는 주택가격의 가속적 하락으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불보 듯 뻔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 위축으로 갑작스레 생산이 침체되고 건설 활동은 얼어붙을 것이다. 정책 당국이 부동산 붐을 잡고 이를 부추기는 투기세력을 잠재우려는 것은 그럴 때 겪게 될 경제적 고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급상승에 따른 점심 값은 시장 영역에서만 치르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의 영역에서도 상승 주택 보유자와 그렇지 못한 보유자(또는 무주택자) 사이의 위화감 심화라는 점심 값을 치러야 한다. 유대감을 잃은 사회에서 영위되는 물질적 삶은 고달프다. 그런 사회에서는 시장도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제는 시장과 공동체로 구성된다고 보고 있는 경제인류학자가 떠오른다. 두 영역에서 점심 값을 치르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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