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944년 목포에서 중국 봉천까지 기차로 얼마나 걸렸었냐는 전화 문의가 있었다. 대답해줄 수 있는 곳이 철도박물관이라는 생각에 곧바로 관련 자료를 찾아 목포에서 오후 2시30분 기차를 타면 대전에 밤 10시40분 도착, 부산~북경 간 열차 ‘흥아호’를 대전에서 다음날 새벽 1시52분 갈아타면 봉천에는 다음날 밤 12시25분 도착이니 36시간 55분 걸렸다고 대답해준 적이 있다. 지금은 퍽 생소한 질문과 대답이다.
국제열차라면 유럽 주요도시를 잇는 유럽국제특급열차(TEE:Trans-Europe Express), 영국과 프랑스 해협을 해저터널(유로터널)로 연결 운행되는 유로스타(EUROSTAR)를 떠올리게 되고, 프랑스 파리와 스위스 각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 떼제베(TGV)를 생각할 수 있다.
좀 색다른 국제열차라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독일의 함부르크와 베를린의 리첸부르크 역에서 덴마크의 코펜하겐 중앙역까지 기차가 배를 타고 연결되는 열차다. 육지의 선로를 달리던 열차가 항구에 도착하면 기차는 승객과 화물이 실려진 채로 배에 실려지고, 타고 있던 승객은 기차에서 내려 식당과 면세점 등 배의 편의시설도 이용하고, 배가 바다건너 항구에 도착하면 기차는 배에서 내려 다시 육지의 선로를 달리는 열차가 있다.
아시아의 경우 중국에서 직접 러시아행 열차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거쳐 러시아까지 운행되는 열차가 있다. 중국과 몽골리아를 운행하는 국제열차는 양국 간의 궤간(기차 레일간격)이 달라 국경지역 알렌에서 상·하행선 열차가 만나 대차(기차 바퀴부분)를 바꿔 달고 달리는 열차도 있다.
북한에도 국제열차가 있다. 평양에서 베이징행과 모스크바행이 있어 일주일에 베이징행 1회와 모스크바행이 2회 운행된다. 이 열차가 바로 목포에서 봉천 갈 때 갈아타던 부산발 북경행 열차였지만 남북이 갈라지면서 우리는 국내열차만을 운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경의선과 동해북부선이 개통되면 우리 KTX는 베이징이나 모스크바는 물론 유럽까지도 연결될 것이다. 교통학자들은 그 이전에 앞에서 예를 든 덴마크처럼 배를 이용하여 열차를 중국에 바로 연결하는 방법도 심도있게 검토하고, 최근 한국과 일본 간 해저터널을 건설하여 국제열차 운행을 연구하는 한일터널연구회의 활동도 꿈만은 아닌듯하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대한민국의 국제열차가 좀 더 빨리 유럽대륙을 누비는 날을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 온 국민의 한결같은 바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 길 신 철도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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