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무더위 속에 바캉스 철이 왔다. 젊은 연인들은 아름다운 추억만들기에 한껏 마음이 들떠 있겠지만, 전에 들은 산부인과 의사의 이야기가 떠올라 머릿속이 개운하지 만은 않다. 찬바람이 불면 산부인과에는 여름휴가의 ‘결과물’인 바캉스 베이비를 지우려는 여성들로 붐빈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출산력 저하가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출산장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적정한 생산인구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사회의 미래와 연관지어 본다면, 바캉스 베이비도 가능한 한 낳도록 사회제도적으로 배려하는 것이 아마도 출산장려 정책과 맥락이 통할 것 같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면 바캉스 베이비는 한마디로 원치 않는 임신을 의미한다. 원치 않는 상황에서 태어나는 아기들은 제대로 된 사랑과 보호받지 못하게 되며 결국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에서는 더구나 미혼의 남녀가 자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대부분 낙태를 통해 그 흔적을 없애거나 이미 낙태의 시기를 놓쳤을 때에는 출산 후 해외입양의 수순을 밟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해외입양아의 99%가 미혼모의 아기라는 점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바캉스 베이비, 즉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출산이 장려되어서는 안 되며, 원치 않는 임신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 것인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성교육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임에 대한 실용적인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에 대한 정보, 특히 왜곡된 정보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범람하고 있으나, 막상 피임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고 피상적이며 구태의연해서 현대의 실생활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출산장려는 시급한 과제이다. 하나 원치 않는 바캉스 베이비를 권장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원치 않는 임신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방비 상태로 여름휴가를 떠나도록 방치하기 보다는 철저한 피임준비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본 바캉스 베이비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소개는 오늘날 우리사회의 흐름을 제대로 읽은 것으로 생각된다.
/박 숙 자 경기도가족여성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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