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의식변화가 먼저
우리나라 토지소유 현황에 대해 전수 조사해 지난 15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 동안 토지가 불평등하게 소유되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우려를 확인시켜주는 이상의 충격을 준다.
전 국토의 57%를 차지하는 사유지에 대해, 면적기준으로는 51.5%, 토지가액 기준으로는 37.8%를 총인구의 1%에 해당하는 48만7천명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추 계산하였을 때 우리나라 전 국토의 4분의1 정도를 1% 인구가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총 인구를 기준으로 전체 사유지를 분배할 경우 1인당 평균 352평이 배분된다고 보면, 토지소유 구조가 얼마나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왜곡 구조는 해가 갈수록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토지 소유에 대한 집착과 불평등 구조는 물론 대규모 토지가 요구되는 용도를 위해 미리 확보해 두거나 실수요자의 투자 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 동안 막대한 토지개발 수요가 발생되던 산업화, 도시화의 과정에서 부동산에 투자를 하기만 하면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많은 사례들을 직접 보고 들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부동산 가수요를 만들어내고, 자본이 있는 일부 소수계층이 점유하여 공급을 통제하고, 그 결과 가격이 상승하는 악순환이 확대 재생산되어, 이제 일부에서 부동산 거품붕괴를 우려할 정도의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제 부동산에 대한 과열을 막고,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 곧 부동산 종합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까지 모든 정권들이 부동산 과열 현상을 잡기 위한 각종의 정책을 도입하여 시행해 왔음에도 큰 성공을 보지 못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어떤 마법의 정책이 나올 것인가 모두가 궁금해 하고 있다.
부동산 실수요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들은 부동산 시장이 예측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이고, 수용 가능할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공통적인 염원이다.
이미 축적된 자본을 동원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자의 관점과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수단과 방법의 범위 내에서만 부동산 투자이익을 지지할 수 있다는 실수요자 관점의 충돌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토지는 자연적 소산이어서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극히 제한된 자원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다른 경제적 자원에 대한 투자와는 구분되어 해석되어야 하고, 그 구분의 기준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효율성의 개념에는 제한된 토지 자원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국민 전체에게 도움이 되는 공익성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제한적 수단의 동원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국가로서의 존립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다.
통계적으로만 보면, 이미 2002년도에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문제를 포함한 부동산 시장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은, 우리 국민들 모두가 제한된 자원의 특성을 갖고 있는 토지를 통해 쉽게 이익을 만들고자 하는 이상 열풍 때문이다. 이상 열풍이 지속되다 거품이 꺼질 경우 누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를 상상해볼 때 일반 국민들이 취해야 하는 입장은 자명해진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국민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토지 자원은 투자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공적으로 유지, 활용되어야 할 자산인 것이다.
/ 고 순 철 협성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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