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양배추 투구’가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 한 프로야구 투수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미리 얼려 놓았던 양배추 잎을 머리에 쓴 채 공을 던지다, 모자가 벗겨지는 바람에 이 사실이 드러난 일이었다. 사태는 ‘투수는 타자를 현혹하는 이물질(異物質)의 착용을 금지’하도록 한 ‘야구규정’의 위반 논란으로 번진 후, 급기야 야구위원회가 회의 끝에 향후 금지 입장을 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속임수 예방 차원에서다.
경기 또는 놀이하는 사람들은 꼭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는 욕망에 사로잡히지만 승리는 경기 규칙을 지키면서 얻어져야 한다. 규칙이 무시되거나 속임수가 횡행하면 놀이의 긴장이 떨어져 경합당사자는 물론 구경꾼의 재미는 망쳐진다. 또 경기를 통해 고양되던 숭고함과 아름다움도 사라진다. ‘호모 루덴스’의 저자 J. 호이징하의 혜안이다.
경기의 목적은 승리에 있다. 또 승리의 열매가 명예와 존경, 명성인 경우도 있지만 경기 결과에 거는 내기 또는 ‘상(賞)’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런데 영어로 상(prize)이라는 낱말은 원래 시장 영역에 있던 라틴어 pretium(가격)에서 태어나 놀이와 경기의 영역으로 옮겨 앉은 파생어이다. 이렇듯 놀이와 상거래는 의미론적으로 얽혀있다. 놀이에서 이긴 사람은 상을 받고 성공한 장사꾼은 좋은 가격을 통해 이득을 얻는다.
시장터에서의 거래규칙 준수도 놀이터에서의 경우 못지않게 긴절하다. 담합과 속임수와 무질서가 난무하는 시장은 공정한 가격을 낳지 못한다.
가격이 공정치 못하면 시장거래의 이득이 참가자 사이에 부당하게 배분될 뿐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가져오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도 기대할 수 없다. 질서가 존중되지 않으면 놀이도 상거래도 재미롭지 못하고 유익하지 못하다.
호이징하는 이렇게 말하였다. “놀이하는 사람에게는 꼭 이겨야한다는 욕망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법칙만은 꼭 따라야 하기 때문에 용기, 끈기, 역량과 함께 마지막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인 ‘공정성’의 정신력이 요구된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이 인용구에서 ‘놀이하는 사람’을 ‘시장에 참가하는 사람’으로 바꾸어 되새길 필요가 있다. 속임수를 써서 얻은 승리는 승리가 아니며 담합과 사기를 써서 챙긴 이득은 이득이 아니다.
/왕 용 기 한국은행 경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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