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실시된 이후 여기저기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문예회관이 들어서고 있다.
현재까지 130여개의 문예회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와 별도로 2011년까지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적어도 1개 이상의 전문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문예회관 건설의 난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온 나라에 공연예술문화공간이 건립되고 있는 중이다.
문화 공간 확충사업은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근간으로서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 서울의 경우 집회를 목적으로 지어진 시민회관을 제외하면 공공성을 띤 국·공립극장과 소극장 몇 개가 문화공간의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정부의 문화정책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문화 인프라가 확충됐다. 지방에 있는 문예회관들은 거의 그 당시에 지어진 문화공간인 것이다. 그러나 문화공간의 숫자가 늘어나고 덩치만 커졌을 뿐 그 안을 채울 만한 정신적인 역량과 프로그램이 한 없이 빈약하여 공허한 공간으로 전락하기 시작하였다.
아직도 문예회관을 비롯한 많은 공연장들은 지역의 특성이나 정서를 반영하지 않은 획일적인 사업과 창의적인 콘텐츠의 부재, 그리고 보수적인 관료주의 운영으로 문화공간으로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몇몇 공연장들이 선진적인 운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지만 대다수의 문화공간은 아직도 껍데기만 만들어 놓은 채, 전문 인력의 수용과 프로그램 개선을 통하여 그 속을 채우지 못하고 과거 문예회관이 꾸던 단꿈에 빠져 있다. 이제는 이러한 문화공간의 난맥상을 해결해야 하며 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공간이 명실상부한 주민을 위한 문화 복지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 변화의 중심에 새로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공연장을 변화시킬 주체는 역시 사람이지만 그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콘텐츠이다. 관객들은 공연장의 외관이 아닌 공연장에 올려지는 공연물과 문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즐기기 위해 찾아온다.
따라서 관객들에게 유익하고 또 그들을 즐겁게 할 내용물이 창의적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고 또 유지가 되었을 때, 이른바 공연장의 브랜드가 생긴다. 브랜드는 공연장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는 각 공연장이 수용하는 관객의 정서와 특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며 또한 공연장 건물 자체의 예술적인 가치 그리고 슬로건과 심벌마크와 같은 홍보적인 수단을 포함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프로그램인데 공익성과 수익성 그리고 교육성을 골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또한 여타 공연장과 차별되는 개성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처럼 개성화된 프로그램은 종국에는 다른 공연장과 공유하여 연계성을 높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공연장 전반의 동반상승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이는 공연문화예술 발전의 초석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연장, 이제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이 생명이다.
/이 종 덕 성남문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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