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문화도시 수원을 꿈꾸며

수원시 북수동에 대안공간 눈과 갤러리 아트넷을 개관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내가 어린시절 살았던 한옥의 방과 부엌, 거실 등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것으로 관람객은 물론이고 동네 분들이 스스럼없이 드나들고 있다. 기존의 전시장과는 좀 달라서인지 시간이 나면 편안하게 들러 전시도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눈다. 그동안 아주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이러한 문화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오래전 이탈리아 어느 시골마을에 갔을 때 그 곳에서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우리 가족 세 식구와 처제가 함께 갔던 곳은 후배가 유학생활을 하는 피에트로 산타라는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이 마을 곳곳에 자신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상점의 쇼윈도는 주변 환경과 어울리게 진열해 놓은 수준이 한 눈에 보아도 세련되고 안목이 꽤나 있어 보였다. 저녁이 되자 성당(두우모 성당) 앞 마당에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나와 야외조각전과 실내전시를 감상하면서 담소도 하고 놀이도 하며 밤늦도록 이웃과 함께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시공간은 성당의 외형을 그대로 둔채 최소한의 보수와 전시에 필요한 기물만을 설치했을 뿐이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수원은 문화관광 도시로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지금도 수원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개발,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이며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것으로 안다.

수원은 외형적으로 넓은 전시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내적으로는 작가의 다양성이나 깊이있는 작품전시를 접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해 보인다. 경기도의 시설로 경기도 문화의 전당과 경기문화재단의 전시실, 수원시의 시설로 수원미술전시관과 청소년문화센터 전시실 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관전시를 하고 있으며, 기획전시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은 경기문화재단 전시실을 제외하고는 극히 제한적이다.

문화에 대한 안목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가까이서 보고 느끼고 접하면서 서서히 축적되는 것이다. 보다 수준 높은 문화관광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가 마련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수적이다.

대안공간 눈/갤러리 아트넷은 화성 안, 주택가에 한옥의 모습을 한 생활속의 문화공간이라 자부한다. 앞으로 수원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도록 내실있게 운영해 ‘문화도시 수원’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 행정기관에서도 일반인들이 만들고 가꾸는 문화공간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 정 집 대안공간 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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