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고대 종교의 신 야누스는 앞뒤로 두개의 얼굴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누스는 문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모든 문은 두 방향으로 나 있으므로 그 집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미혹(迷惑)에 빠지게 된다.
인천의 송도, 영종, 청라지구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은지 만 2년 가까이 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아직도 ‘자유’와 ‘규제’의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의 모습이다. 경제자유구역이 태어날 때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잘 생긴 자유의 얼굴과 긍정적·개방적 성격의 국제마인드를 가진, 그래서 외국인투자가가 호감을 갖고 신뢰할 수 있는 도시가 되길 우리 모두는 기원했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종전의 규제는 아직도 추한 얼굴로 위세를 보이고 있고, 매사를 우리 잣대로 평가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그래서 외국인 투자가가 호감을 가질 수도 없고 신뢰도 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얼굴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 경제는 80년대 중반이후 이미 기술경쟁력 등 구조적 경쟁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소득 2만불, 3만불의 선진경제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숙명적으로 선택한 것이 경제자유구역개발 아이디어이다. 경제자유구역은 말 그대로 규제가 없고, 외국인이 가장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외국경쟁도시에 비해 우리가 너무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는 중대한 제약이 있다.
요즈음은 국경이 없는 WTO 시대이기 때문에 국가간 경쟁보다는 도시지역간 경쟁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우리 수도권과 경쟁하는 도시지역들은 상해와 양자강 남쪽지역, 북경-천진-허베이지역, 홍콩-선전 등 주강 삼각지지역, 도쿄-요코하마지역, 오사카-고베지역, 나고야-시즈오카지역 등이다. 이들 지역들은 우리 수도권지역보다 경제활동이 이미 우세한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짧은 시간이내에 이들 도시지역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의 희망은 없게 된다.
우리가 지금 야뉴스의 두 얼굴을 가지고 엉거주춤할 때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은 ‘1국 2체제’의 실험이다. 경제자유구역 실험이 조속한 시일이내에 성공적으로 끝나고, 우리나라 전체로 확산되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보장될 수 있다.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박 동 석 인천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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