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마늘의 가임성 회복

곰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 왜 하필이면 마늘과 쑥일까? 둘 다 그냥 먹기에는 어려운 음식으로 고난과 인내를 은유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쑥은 토착 농경문화를 상징하고 마늘은 이주 유목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즉 단군신화는 유목과 농경문화의 화학적 결합을 뜻 한다는 것이다.

마늘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이다. 여기서부터 동으로 동으로 이동하여 천산산맥, 알타이산맥, 고비사막, 대흥안령을 지나 4338년 전에 한반도까지 도달한 것이다. 약용 또는 주술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건 간에 마늘을 이용할 줄 아는 무리들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그 먼 거리를 옮겨지게 되었으며, 그 무리와 단군의 한 민족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마늘이라는 말은 몽골어 ‘만끼르’에서 왔다는 설과, ‘명물기략(名物紀略)’이라는 19세기 책자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맛이 매우 맵다는 뜻의 맹랄(猛辣; 辣-몹시 매울 날)이 마늘로 되었다는 설이 있다. 이태리 스파게티에는 마늘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고 ‘하몽하몽’이라는 영화에서와 같이 마늘이 정력제로 서구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정도로 유럽의 라틴계 민족과 남미 사람들도 좋아하지만, 1인당 소비량은 우리나라 사람에 비하여 2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이 마늘이 국제협상 테이블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WTO 체제하에서의 농산물 무역을 촉진시키기 위한 DDA협상에서 우리나라에서 메기고 있는 마늘 관세(’05년 360%)가 고율관세로 분류되어 협상이 타결되면 내려야만 되는 입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등 농산물 수입국들의 협상력에 기대를 해 보지만 그리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특히 마늘 구(인편)보다는 마늘 쫑을 이용하기 위하여 재배하고 있는 중국 마늘이 현재의 고관세하에서도 많이 수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걱정스러운 일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다행히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마늘 품종 육종에 성공했다고 한다. 마늘은 불임이라서 교배 육종에 의한 품종 개량이 불가능하다고 지금까지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나라 연구진이 마늘의 원산지인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임성 마늘 유전자원을 수집하여 10여년의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마늘 교배품종을 개발, 최종적으로 농가에 보급하기 직전이라고 한다. 어둡고 답답한 현실을 날려버릴 만한 희소식이고, 마늘 민족으로 자긍심을 한층 높이는 쾌거이며, 반 만년간 마늘의 화려한 외도 끝에 잃어버린 생명의 유전을 모태의 수혈을 받아 회복한 사건이다.

/강 상 헌 농진청 원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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