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첫 차를 산 그 마음

나는 13년 전 요맘때 단돈 20만원을 주고 중고차를 샀다. 비록 싸구려 중고차였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산 자동차라 한 달에 두 번씩 세차도 하고 분기별로 정비도 하면서 뿌듯이 탔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내가 밖으로 나갈 때마다 운전조심, 신호준수를 신신당부하셨다. 더 이상 타고다닐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초보운전 시절 어설프게 운전하던 그 녀석을 폐차처분하던 날,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면서 아쉬움과 고마움에 눈물도 조금 났었던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첫 차를 사던 그날의 설레는 마음은 잊혀진다. 바쁜 삶속에 처음 운전하던 그날의 결심은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차도 제법 큰 것으로 사고 운전도 매우 익숙하다(참고로 아이가 많아 차가 9인승이다). 그래도 첫 차의 설레임이 없었다면 차선 한 번 변경하려면 진땀을 빼야했던 초보운전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운전이 익숙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안전을 위해 차를 폐차시키던 당시의 아쉬운 기억이 없었다면 아이들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는 새로운 추억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진부하지만 모든 일에는 처음과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언제나 첫 마음, 첫 결심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서양의 철학자 플라톤은 “시작은 그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동양의 철학자 노자는 “끝을 맺기를 처음과 같이하면 실패가 없다”고 했다. “불휘기픈 나무에 바라뫼 아니뮐세”, “언제나 처음처럼” 등의 표어가 국회의원들의 캐치프레이즈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도 이와 같이 초심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출퇴근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도 많았는데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로 보내준 수원시민, 국민들의 선택에 대한 고마움에 마음과 어깨가 항상 행복한 무게로 무거웠다.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를 건설하라고 뽑아주셨기에 정치활동을 함에 있어 깨끗하고자 노력했다. 바뀐 선거법, 정치자금법은 너무나 복잡하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보건복지위원으로서 국민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활동에 최선을 다해왔다. 선출된 공무원으로서 주민의 대표로서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일이 무엇인지 매일을 고민하고 매일을 뛰어다닌다.

앞으로 국회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다.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첫차를 처음 운전하던 그 결심으로 아름다운 시작과 결실을 위하여 새롭게 다짐해 본다.

/이 기 우 국회의원(수원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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