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혈맹(血盟)

중국 나관중의 장편소설 삼국지에 보면 유비, 관우, 장비는 복사꽃이 활짝핀 도원의 뜰에서 술잔에 각자의 피를 섞은 술을 마시며 의형제를 맺고 생사고락을 같이하기로 ‘도원의 결의’를 한다. 또한 일본의 사무라이나 우리나라의 일부단체 단원들도 서로 손가락을 자르거나 찔러서 낸 피를 섞어 술잔에 타서마시거나, 혈서를 써서 충성과 단합을 결의하는 장면을 영화 등에서 보아왔다.

6·25 사변으로 우리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때 미국은 유엔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여 우리군과 같이 피를 흘리며 목숨걸고 싸워서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며 혈맹이다.

따라서 미국이 월남전에서 우리에게 파병요청을 했을 때나 이라크 전쟁에도 미국의 요청에 의하여 군대를 파견하는 등 우리는 나라가 풍전등화와 같은 위기에서 피를 흘리며 같이 싸워준 혈맹이기 때문에 남·북이 분단되고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인데도 군대를 외국에 파병한 것은 혈맹인 우방의 곤란한 처지를 도와주기 위한 신의와 보은의 뜻이다.

물론 혈맹국 미국도 분단국가에서 핵폭탄을 만들어 놓고 우리나라를 인질삼아 벼랑끝 전술로 협박을 하는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많은 군대를 아직도 주둔시키고 있다. 특히 의정부 동두천 지역은 미국부대들이 여러 도심지역과 인접해 있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우리나라를 지켜주기 위해서 주둔해 있는 미군부대를 2002년말 부터 우리나라 경찰들이 지켜주고 있어서 화제다. 우리는 서로 혈맹이니까 국방을 지키기 위해 타국 만리에 와서 한반도를 지켜주고 있는 고마운 손님들을 우리 경찰이 평소에는 편안하게 생활하도록 미군부대 울타리를 지켜주는 듯 하다.

그러나 2002년 6월13일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도로상에서 효순이와 미선이가 훈련중인 미군 탱크에 압사 당한 사건이후 대대적인 반미시위가 크게 일어나고,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미군부대 울타리 안으로 화염병을 투척하는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경찰이 미군부대를 지키는 일에 나섰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미군부대 주변을 지나가면서 늘 어색한 감정을 갖는다. 군대를 경찰이 지키고 그 경찰이 지키는 울타리 밖의 국방은 미군이 지키고, 누가 누구를 방위하는가? 혈맹군 관계이기 때문일까?

전쟁을 막고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동맹관계가 요즈음 들어서 이상이 있다, 없다 다른 목소리가 나오자 지난 6월11일 한·미 정상이 만나서 한·미동맹에 이상없다고 한것처럼 울타리 안을 지키는 건지, 울타리 밖을 지키는 건지 아리송하다. 제발 바라는 것은 국가 안위에는 이상이 없어 그대들을 믿고 단잠자게 해주길 기원한다.

/조 수 기 경기북부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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