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노령화사회와 국가운명

인구 노령화의 근본적 원인은 출산 감소에 있지만, 평균수명이 늘게 됨에 따라 더욱 심화된다. 노령화 사회가 되면 생산인구는 줄고 부양해야할 인구는 늘어나 나라의 살림이 어려워지고 국가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워진다.

2000년 국가별 평균연령을 보면 일본 41세, 이탈리아 40세, 독일 40세, 미국 35세이며, 한국은 대략 일본과 독일 사이 정도로 보인다. 미국이 강대국으로 자리 잡는 근본 이유 중에 하나는 젊은 생산인구가 많고, 그것도 유능한 인력을 각국으로부터 이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50년이면 국민의 평균연령이 일본은 53세, 이탈리아 52세, 독일 47세, 미국 40세가 된다. 미국이 이처럼 늙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지속적인 높은 출산력이다. 현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앞날은 없다. 노령화 문제로 인하여 아무리 기술개발이 뛰어나고 사업을 확장하여도 뿌린 씨앗마저 거둘 수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이다. 국운이 쇠하고 난 뒤에 조금 남은 국민들이 아이를 낳으려한들, 키우기도 힘들고 옛날의 국위는 절대 회복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일본의 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 할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될 일이다. 일본은 지금 전액 국비를 대어 미숙아, 기형아, 사생아 등 가리지 않고 이미 낳아둔 아이를 모두 살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아마도 곧 정책을 바꾸어 전 세계에 일본에 와서 살아달라고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일본보다는 인구 노령화 위협에서 약간 나은 위치에 있다. 이제라도 출산장려책을 강력하게 내어놓아 육아와 교육의 어려움을 도와줄 경우 아이를 더 낳겠다고 하는 부부들이 분명 있다. 프랑스처럼 미혼모도 훌륭히 대접한다면 해외입양으로 잃는 국산아이 수도 줄고, 낙태의 수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서는 단일민족을 고집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고집을 할 경우 이제는 이민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늘고 있는 동남아 며느리들을 보며 걱정도 되지만 감사한 마음도 금할 수 없다. 어제는 아이를 업은 채로 양손에 두 아이를 붙들고 진료실에 들어선 엄마를 보았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하였다. 국민영입을 위한 경쟁을 일본과 벌이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일만 열심히 하는 노처녀를 보며 원망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배 기 수 아주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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