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청소년 축구대회로 온나라에 열기가 가득하다. 청소년 축구대회 열기가 식을 즈음에 장마가 시작되고, 장마가 지나면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 온다. 이런 무더위가 계속된다면 누구나 에어컨을 그리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어컨, 불과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이고 일부 부유층의 과시물로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던 것이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에어컨, 김치냉장고 등 전력소모량이 많은 냉방기기들이 대중화됨은 물론, 냉방병을 걱정해야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에어컨 한대의 전력 소비는 선풍기 30대와 같다. 국민의 소득 증대로 지난해 말 에어컨 보급량은 1200만대에 이르고, 냉방에 따른 전력 사용량은 여름철 최대전력수요의 20%가 넘는 1100만kw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100만kw급 원자력 발전소 11기에 해당하는 양으로 전체 원자력발전소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냉방수요 전력이 매년 100만㎾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소요되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소를 매년 1기씩 지어 나가야 한다. 이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곧바로 전력생산 원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은 전기요금을 인상시키는 요인이 되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중요한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올여름 중국은 사상 최악의 전력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수도 베이징시는 여름철 전력난에 대비해 5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돌아가면서 강제휴무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도 지난 1964년 이전 까지만 해도 전력사정이 열악해 제한송전으로 고통을 겪었기에 새삼 감회가 새롭게 느껴진다.
인간은 누구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또 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경제는 현실이고 전기공급도 무한정 늘어날 수 없다. 일시적인 여름철 냉방부하를 공급하기 위해 새롭게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할 때 여름철 낮 시간에 냉방기기 사용을 조금씩 줄이는 것이 건강도 해치지 않고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 될 것이다.
/송 원 순 한국전력 경기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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