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생명창고의 열쇠

쿠웨이트의 모래 폭풍을 뚫은 박주영의 감각적인 슛은 온 국민에게 1년간 기다림의 기쁨을 선사하였다. 황우석 교수가 3개의 대문을 한꺼번에 연 열쇠는 난치병 환자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두렵지만 기대되는 미래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꼬마들은 박주영 같은 선수가 되겠다고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축구에 열을 올리고 있고, 수의학 관련 대학의 입학성적은 타 학문에서 부러워 할 정도로 오르고 있다. 희망과 스타의 효과이다.

우리나라 농촌은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사람 난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지 사회에 새로운 희망을 주지 못하면 침체될 수밖에 없고 한번 침체되기 시작하면 젊은이의 신규진입은 이루어질 수 없다. 젊은이가 투입되지 않는 산업은 더욱 위축되게 된다.

산업에서 새로운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새로운 도약기를 맞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의 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농업분야에도 이런 혁명적인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의 3황 5제중 한명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의 업적으로 대변되는 고대의 농업 혁명으로 사람은 씨를 뿌리고 거두어들이면서 미래를 생각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녹색혁명으로 주곡을 자급자족 할 수 있게 되면서 공업 분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백색혁명으로 국민들은 사시사철 싱싱한 채소를 식탁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영광스런 과거의 그림자에 묻혀 새로운 희망의 빛줄기를 찾는 것을 등한시 한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산 안창호는 “농민은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안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의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하였다. 우리 생명창고의 열쇠를 다른 나라에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농업분야로 젊은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고,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여야 한다. 이런 노력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좀 더 안전하게 하고 생명창고의 열쇠를 계속 우리가 갖고 있기를 바라는 국민과 정부가 같이 관심을 가져야 가능할 것이다.

도산은 또한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하였는데, 이 말을 다음과 같이 바꾸면 선인의 뜻에 반하는 것일까? “청년이 농업을 멀리하면 농업은 죽고, 농업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강 상 헌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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