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해외에 나가있는 아들 녀석에게 편지도 보낼 수 있고, 손주 녀석들에게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수료식에서 소감을 발표하시는 한글반 어르신의 말씀을 접하면서 가슴이 찡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십 수년 동안 글을 읽지 못해 갑갑한 가운데 지내다가 한글을 배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행복감에 빠진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껏 나에겐 늘 가지고 있으므로 느끼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소중함이랄까, 앞으로 내 마음에 의무감과 사명의식을 더욱 느끼게 해 주었다.
요즘처럼 빠르게 글을 습득하는 시대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 옛날 어르신들은 정말 원한다고 해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교육의 기회였던 것 같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지니고 사셨을까 생각해 보니 가슴 한 켠이 아프다.
우리 속담 중에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과거엔 많은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었었고 실제적으로 그런 무지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 속담이 이젠 점점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말로 변하고 있다. 그 만큼 우리 주변에는 이런 말을 들을 만한 사람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좋은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 문맹률 수치는 1%미만이지만, 지금도 여성회관 한글반 강좌를 찾는 어르신들처럼 우리 주변엔 아직도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고 쓰고 싶은 편지를 쓰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나마 여성회관 같은 기관이라도 찾아서 강좌를 통해 그토록 원했던 글 습득을 한 분들을 접할 때면 마음 한편으로 정말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아직도 그런 기회조차도 접하지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벌써 여성회관 상반기 교육 강좌가 하나 둘 마쳐가고 있다. 만나서 인사 한 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기쁨의 얼굴이 많아질 수료식을 생각하면 마음은 뿌듯해지지만 앞으로 여성회관을 찾아올 많은 수강생들을 위한 좋은 교육 프로그램, 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수강생들에게 삶의 활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
얼굴가득 미소 짓는 수료식장에서의 할머니의 행복한 미소가 자꾸만 내 맘을 요동치게 한다.
/이 순 희 경기도여성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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