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긴 병에도 효자있다!

3년 전 일이다. 친한 친구 녀석 중 하나가 매달 모이는 동창모임에 나오지 않았다. 왜 모임에 불참했냐는 나의 전화에 풀이 잔뜩 죽은 목소리로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고 말했다. 맞벌이부부였던 그의 집에서 어머니를 하루종일 돌봐드릴 사람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여동생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매우 부산하시더니 결국 집을 나가버려 하루종일 어머니를 찾느라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하였다. 어렸을 때 가끔 그 녀석 집에 놀러가면 과자며 과일이며 이것저것 챙겨주시던 고우신 어머님의 병환소식은 옆에서 바라보기엔 가슴아픈 정신적 충격이었다. 그러나 친구에게 어머니의 치매는 현실이자, 경제적 부담이라는 그의 씁쓸한 웃음에 어떤 위로가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고 한다. 전체 국민 중 9%가 65세 이상의 노인이고 그 노인인구 중 12%, 53만명 정도가 치매나 중풍과 같은 질환으로 인해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이라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추정했다. 그렇지만 내 친구의 경우와 같이 요즘 사회현실은 여성의 사회활동이 증가되고 있고 노인들의 보호가 필요한 기간 또한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 가정에 의한 노인요양 보호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노인들에게는 남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가정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새로운 사회안전망으로서 ‘노인요양보장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치매나 중풍에 걸린 노인들은 요양시설 등에서 간병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거나, 집에서 방문간병 및 방문목욕, 간호, 그룹홈 등을 통해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러모로 국민에게는 필요한 좋은 사회복지시스템이지만 도입에 있어 2년간의 시범사업 기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돈이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재원은 이용자 본인의 감당 외에 국가재원과 보험료를 통해 부담하게 된다. 이용자의 부담이 있어야 과도한 제도의 이용을 막을 수 있고, 국가재원 중 일부를 노인요양보장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쉽게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다. 이제 우리 부모님들이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실 수 있도록, 자식들은 부모님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인요양보장제도 마련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한숨섞인 부모님의 미안한 마음이 가볍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기 우 국회의원(수원 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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