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한’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하여

멕시코 갱들이 미국에서 유명하지만 그들이 같은 멕시칸들인 자기 동족을 향해 살인강도를 저질렀다는 소리를 별로 듣지 못한다. 물론 흑인, 일본, 중국의 갱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직 한인 갱들은 일 나가고 없는 동족의 빈 집만 골라 털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자괴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 한결같이 반공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동족을 치도록 가르쳤으니 한인이 한인을 노리며 사는 습관에 일찍이 젖어온 우리가 해외에 나간들 그 버릇 개 주겠는가.

이래가지고는 안 되겠다. 남과 북은 서로 너 망하고 나 망하는 논리를 버려야 한다. 공멸의 논리는 서양철학자가 물려준 모순율과 배중률(排中律) 위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러한 논리 때문에 남북분단이라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그래서 남북이 통일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의 발견이 시급하다. 우리는 바로 이 분단의 논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퍼지논리라고 생각한다.

퍼지논리(fuzzy theory)적 시각에서 볼 때에 가장 바람직한 통일방안은 ‘한연방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우선 ‘한’의 개념에 대해 살펴보자.

‘한’에 담긴 의미를 논리적으로 천착함으로써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한국철학을 정초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일(一)과 다(多)는 서로 상용적인 것으로 최근 서양에서는 양자역학, 카오스이론과 홀론과학을 통해 부분, 즉 전체(partwhole)라는 사실과도 관련된다. 그러나 동양은 그 전반적인 철학의 기저에 있어서 부분, 즉 전체를 전제하고 있다.

원효도 양변을 버리고 양변의 가운데마저 버리라고 했다. 율곡은 관념적이고 정신적인 이(理)와 유물론적이고 물질적인 기(氣)는 둘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둘이라고 하였다. 우주질서의 연방적 질서를 두고 하는 말로 한연방의 뜻을 담고 있다. 동학의 인재천(人乃天)원리도 일리야 프로고진(Illya Progogine)의 산일(散逸)구조(dissipative tructure)와 같은 것이다. 혼동으로부터의 질서인 것이다.

이상의 사상은 그 민족사적 배경이 한사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사상은 다음의 5가지의 사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① 하나(一, 한마음) ② 여럿(多, 한아름) ③ 가운데(中, 한밤) ④ 같음(同, 한가지) ⑤ 얼마(或, 한 십분, 비결정성). 신의 이름인 ‘하느님’ 역시 어원이 ‘한’에서 유래한다. 이는 곧 신의 초월성과 내재성을 의미한다.

한은 초분별적 통일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남북의 가치가 분별됨이 있으나 조화되어짐을 의미한다. 남북쌍방의 가치나 체제가 다 사는 통일이다.

한의 구조는 양자택일의 either/or나 변증법적 both /and가 아니라 우리의 민족성에도 알맞은 이중 부정인 neither/nor의 논리이다. 이중 부정에 의한 비결정적 그리고 퍼지적 가치에 의존하는 것이 한연방제의 최종의 의미이다.

우리 민족의 속성이 전체와 부분을 잘 조화시킬 수 있는 민족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러한 민족성에 따라서 통일되어야 한다. 우리는 남북의 극단적인 보수주의자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야말로 반통일세력인 것이다. 오도된 정치철학이 우리의 퍼지적 통일방식, 그리고 한연방제(Han federal country)를 거부할 것이다. 그러나 김상일교수의 ‘한’연방제식 통일은 상호간에 민족성원 전체가 척이 없이 신명만 나는 무척 좋은 세상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