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초창기의 열기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한동안 인터넷 누리꾼(네티즌)들에게는 ‘미니 홈피’라는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새것에 민감하고 변화에 발 빠른 특성상 젊은 세대들이 그 열풍의 중심을 이룬 것은 당연하였다. 그리하여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지가 마치 세대를 구분하는 또 다른 기준이 된 듯하였고, 유행이란 것이 본래 그러하듯 적잖은 추종자와 함께 적잖은 소외자들을 양산했다.
물론 나는 그런 새롭고 별난 것을 만들 재주도 여유도 없다. 하지만 인터넷 서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몇몇 미니 홈피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내가 겪지 못한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제 미니 홈피를 방문해 주셔요”라고 조심스럽게 소통을 시도해오는 시도에 이끌려 그 ‘주소’를 클릭하면, 익명의 누군가를 향해 열어놓은 한 사람의 은밀한 공간이 단번에 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엊그제 찾았던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메뉴까지, 가까운 친구 동료로부터 우연히 찾아든 익명의 누군가에 이르기까지, 그 공간을 채운 사진들과 방명록의 글귀들이 사뭇 신선하고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그 속에는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있었고, 정보의 바다인 냉랭한 인터넷 속에나마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애틋한 소통의 시도가 있었다. 그래서 얼굴이나 한 번 보았을지 알 수 없는 무작위의 누군가와 ‘일촌’을 맺는 일도 아주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정작 현실의 ‘일촌’인 부모와는 어제 저녁 잘 자라는 인사나 제대로 나누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이나 자신을 속속들이 열어 보여준 누군가가 어쩌면 부모보다 가까운 촌수로 느껴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열어 보여준 은밀하고도 노골적인 공간을 누비는 동안, 나는 어느덧 그들 세대의 숨은 외로움을 엿보고야 만 듯하였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올린 사진첩의 사진들은 하나같이 밝고 즐겁고 예쁜 그림들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밝고 즐겁고 예쁘고 풍요롭고, 그리하여 행복하게 살아가는 듯하다. 방명록에 오른 친구들과의 서로 안부를 묻는 다정한 인사말과 덕담은 그가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싸우지도 않고 갈등으로 뒤척이지도 않을 듯하다. 그런데 정말 현실에서 그러할까. 그가 스스로 꾸며 보여준 그림들만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실 ‘미니 홈피’의 열풍은 노출증 혹은 과시욕과 관음증이 기묘하게 결합된 우리 사회의 독특한 문화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존중되기 어렵고, 인간관계가 복마전처럼 얽힌 곳이다. 그런 곳에서 스스로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노출한다는 것은 “내가 보여주는 것만 보아라!”는 일방 소통의 웅변이기도 하다. 웃는 모습만, 즐거워하는 모습만, ‘잘 산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 이면의 슬프고, 괴롭고, 외롭고, 부대끼며 갈등하는 어떤 부분은 철저히 감춰둔다. 그들은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지만, 실로 외롭다. 외로워서 더욱 밝게 웃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만큼 타인과 더불어 나눌 광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인터넷에 칸칸이 들어찬 은밀한 공간은 그만큼 우리에게 광장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외로움은 어디에 있을까. 과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것을 치유할 수는 있을까.
/김 별 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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