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농업통계는 우리의 귀한 재화

통계의 효용과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통계의 품질을 믿지 못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품질관리를 하고 있듯이 좋은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과 인력 그리고 시간이 투입되어야 한다. 예로 지난 2000년에 실시된 인구 총 조사에 투입된 조사비용은 8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연 15만여 명의 조사인원이 동원되었다. 통계의 정확성은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통계의 생명은 곧 정확성과 신뢰성에 있기 때문이다.

농업분야에 관련된 조사는 농업 총 조사를 비롯하여 38개에 이르며 그 중 ‘작물통계조사’는 우리의 주식인 벼의 생산량조사를 통하여 해당연도의 쌀 생산량을 추계하는 조사로 매우 중요한 조사 중의 하나이다.

쌀 생산량조사로 얻어지는 결과는 벼 파종면적과 생산량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토지이용의 개선, 쌀의 수급 및 증산계획과 가격안정, 농업경영개선 등 농업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또한 생산자에게는 쌀 생산의욕을 고취시키는 자료로, 소비자에게는 식생활 향상을 위한 정보로, 국제적으로는 국가간의 무역자료와 비교통계로 활용되고 있다.

작물통계조사를 위한 표본설계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모집단은 시군구의 지적도와 토지대장 등을 참고로 하여 지번에 따라 2㏊ 내외로 묶은 101만5천개의 단위 구로 구성하고, 이를 다시 지역별 특성에 따라 10개의 층으로 층화하여 각 층의 크기에 비례하여 표본을 추출하는 층화비례추출 하고 있다.

표본의 크기는 목표오차를 정하여 그 목표오차를 충족하는 정도의 수로 결정하고 있다. 표본조사구 수가 결정되고 나면 표본 조사구를 대상으로 실제 생산량을 측정하고 측정된 결과를 이용하여 조사구 단위당 생산량을 구한다. 단위당 생산량이 구해지면 이 값을 전체 벼 재배면적에 곱하여 당해 연도 벼 생산량을 추정한다. 물론 재배면적 또한 정확히 조사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이 작물통계조사는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에 의하여 이뤄지고 있어 조사방법자체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조사도구나 조사원들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질의 작물통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사원의 노력과 정성이 요구되며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는 측정도구를 사용해야한다.

아직도 통계에 대한 불신이 불식되고 있지 않는 이때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주관으로 10월 7일 6번째 ‘쌀 생산량 통계조사시연회’가 경기미(米) 생산의 본 고장 여주군 능서면 신지리에서 경기도 관내 농민대표, 시군구청 및 농협 등 유관기관, 대학교수, 언론사 기자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게 된 것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농업통계 중 작물통계조사의 핵심인 ‘쌀 생산량 조사’의 과정을 시연하여 조사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농업통계를 이해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더욱 뜻 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이번과 같은 통계품질을 높일 수 있고 농업통계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유익한 행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물론 유관단체 및 농민, 조사원 그리고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협조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 그리고 관심만이 정확한 통계를 만들고 정확한 통계는 통계의 신뢰도를 높여 결과적으로 정보의 부가가치를 재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해용 성신여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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