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납품업체, 입점업체, 금융권, 채권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향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의 정산 지연으로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협과 영농조합, 유가공조합 등 관련 단체들은 정부에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유가공업체 일부는 4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납품대금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2개 농축산 단체로 구성된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는 농축산업계의 피해 현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농협경제지주 도매부의 홈플러스 납품 차질이 2천억원에 육박하면서, 업계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에 대해 비판의 초점은 MBK파트너스로 향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김병주 MBK 회장은 불출석하며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또한 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사용한 차입매수(LBO) 방식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NH투자증권이 MBK와 함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MBK와 함께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약 1조1천1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제공한 바 있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국가 기간산업을 사모펀드와 결탁해 공격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희승·정진욱 의원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의 자금을 기반으로 한 NH투자증권이 사모펀드의 차입매수를 지원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은 “공개매수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이며, 차입금은 일반적인 금융 구조”라며 “위험 최소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MBK의 차입매수가 농축산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상황이 되면서 NH투자증권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농업인과 지역 농협의 지원을 내세워온 NH투자증권이 정작 MBK의 무리한 인수 구조를 뒷받침한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홈플러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것은 농축산업계뿐만 아니라 소상공인, 근로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는 MBK가 고려아연 인수를 추진 중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MBK가 영풍 지분을 확보할 경우 차입금은 수조 원대로 늘어날 수 있으며, 이는 고려아연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핵심 광물 생산 기업으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리얼미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가 차입매수 방식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답해 사회적 거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MBK와 NH투자증권이 주도한 차입매수 방식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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