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을 읽는 기술로, 도시의 안전을 지킨다”... 이성㈜ GPR사업부 기술연구소 최종성 연구소장

사람들탑//“땅속을 읽는 기술로, 도시의 안전을 지킨다”...이성㈜ GPR사업부 기술연구소 최종성 연구소장
이성㈜ GPR사업부 기술연구소 최종성 연구소장. 김형수 기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들여다보는 것은 결국 사람을 지키는 일이죠.”

 

누군가는 땅 위에서 미래를 설계하지만 누군가는 땅속을 들여다보며 오늘의 안전을 고민한다. 발밑 아래, 보이지 않는 틈을 찾아내는 ‘GPR(Ground Penetrating Radar·지표투과레이더)은 도시의 안전을 지키는 기술이다.

 

시흥시 시화공단에 자리한 이성㈜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GPR 기술을 이전받아 실용화한 국내 유일의 지표 투과 레이더 제작 업체다. 그 중심에는 이성 GPR 사업부의 최종성 연구소장(48)이 있다.

 

2007년 시흥의 한국공학대 대학원에서 회로 개발 연구에 몰두하던 최 소장은 지도교수와 이성 측의 제안으로 GPR 장비 개발에 참여하며 핵심 연구 인력으로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이끄는 일등공신이 됐다.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연구라는 게 늘 새로운 걸 만나는 것이지만 GPR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며 처음 GPR 기술을 접하고 매료됐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이성의 연구원으로 군사용 땅굴 탐사 레이더 개발을 시작으로 여러 국가과제 수행을 통해 GPR 관련 핵심기술을 하나씩 확보해 갔다. 그러던 중 2015년 서울 잠실에서 발생한 땅꺼짐(싱크홀) 사고는 GPR 기술 개발의 전환점이 됐다.

 

이를 계기로 이성은 땅속 빈 구멍(공동)으로 인한 지반침하(땅꺼짐)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세상에 선보였고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가 장비 표준화에 나서면서 이성은 가장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도시 안전의 중심에 서게 됐다.

 

최 소장은 항상 책상보다 현장을 택했다. 경기도 최북단 접경지역부터 경남 남해까지 탐사가 필요한 지역을 직접 발로 뛰며 장비의 성능 시험과 데이터를 쌓았고 이를 통해 기술을 검증하고 장비를 개선하는 데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는 GPR 기술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익적 기술’이라 정의했다. 실제로 지하공동은 땅속 물 흐름에 의한 흙의 유실로 크기가 점점 커지는데 조기 탐지 여부가 곧 사고 예방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전국에서 GPR 장비를 도입해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 안전진단 민간 용역업체까지 모두가 힘을 모아 다수의 지하공동을 사전에 발견해 메우는 작업을 했다”며 묵묵히 함께한 이들의 헌신과 노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그들이 일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만드는 사람일 뿐이라며 겸손하게 웃음 지었다.

 

최근 이성은 시흥시와 협약을 맺고 GPR 장비를 관내 주요 구간의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장마철을 앞두고 시에서 도입한 1억원 상당의 휴대용 장비와 이성이 보유한 차량형 장비를 투입해 전 위험 구간을 선제 점검하는 작업을 완료하도록 지원했다. 그는 “지속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누구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기술은 여전히 진화 중이고 최 소장도 다음 단계를 준비 중이다. GPR 장비는 지하 환경에 따라 탐지 범위가 달라지는 한계를 지니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은 그에게 사명과도 같다. 그는 국내 환경에 최적화된 장비를 직접 개발해 시민의 일상이 더욱 안전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빼곡한 연구 일정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모교에 출강하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결국 기술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후배들과 함께 이 기술이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맥을 잇고 싶다”며 지역 대학과 협력한 인재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 소장은 ‘기술로 사람을 지킨다’는 궁극적 목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더욱 촘촘히 들여다보는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 중이다. 그의 열정은 오늘도 도시의 안전을 한층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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