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부추꽃

이슬, 살포시 다녀간 부추밭

봄볕 햇살이 따듯해지면

밭두둑 가슴 열고 살짝 내민 초록 눈

통통한 쪽수는 속내를 들킬까

네 뿌리는 꿈틀거리고

키재기를 하는 것처럼 쏙쏙 부푼다

 

파릇파릇 올라오는 저 힘

바람이 흔들고 지나가면

봄을 베러 나온 칼날 앞에

움칫거리는 꽃술

싹둑, 잘려갈 때마다

폴딱폴딱 넘나드는 청개구리

무슨 궁리를 하는 걸까?

 

숨죽여 피는 이치는 알 수 없지만

아픈 숨결로 단단히 여문

꽃대

세상 모르는 저 작은 씨방 속으로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었을까?

내 안에 펴놓은 푸른 결들 사이로

하늘이 풀어놓은 봄 들판

초록 물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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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하 시인

‘국보문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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