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 '검찰 직접 수사권 배제' 공식화…"대대적 개혁해야"

이한주 "권력 향배 따라 없던 증거 나타나…국민 신뢰 회복해야"
조승래 "검찰 업무보고 중단…내용 없고 형식 못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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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 조승래 대변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위원회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 방침을 공식화하며 검찰에 대대적인 개혁을 위한 "환골탈태"를 주문했다.

 

20일 이해식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야 분과장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검찰 권력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취지에 공감한다면 법이 바뀌기 이전이라도 형사부 기능을 대폭 강화해 민생 사건 처리에 정성을 들이는 성의를 보여주면 더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 진행된 이한주 국정기획위 위원장과 이 분과장의 모두발언에서는 검찰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육법당'의 시대가 가고 '검찰당'의 시대가 열렸다고 지적한 이 분과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에도 반성과 성찰은 하지 않고 군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며 "군사반란에 실패한 윤석열은 구속됐지만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까지 내란수괴 피의자를 풀어주는 대단한 국민적 배신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육법당은 전두환의 5공화국을 출범시킨 민정당을 부르는 속칭으로, 독재 정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육사 출신의 전직 군인과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법조인과 행정 관료 출신들이 당을 장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한주 위원장 역시 "권력의 향배에 따라 주가조작 녹음파일이 없다가 나타나기도 하고 대통령 영부인(김건희 여사) 호출에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며 "검찰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서울고검이 김 여사가 자신의 계좌를 담당하던 증권사 직원과 2009년부터 3년간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 18일 서울고검이 이 사실을 공개한 이후 4년간 같은 사건을 수사했던 중앙지검은 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 여사에게 무혐의를 처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검사들이 상사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충성하고, 상사의 명령이 아니라 법률을 따를 때 국민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며 "검사들과 검찰의 유능함이 검찰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발휘되면 국민의 신뢰를 금방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대검찰청의 업무보고 자료는 내용과 형식적 측면에서 모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의 업무보고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핵심 공약에 대한 검찰의 분석과 공약이행계획 수립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위 요청에 따라 검찰은 오는 24일까지 보고자료를 재작성해 제출하고, 25일 재차 업무보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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