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멈춰 있던 정상외교의 물꼬를 텄다. 6개월 만의 해외 순방 일정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등 주요국 정상들과 양자회담을 잇달아 진행하며 교역, 자원,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에 나섰다.
18일 대통령실과 재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교역 확대와 자원 협력을 핵심 의제로 삼고 다자무대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공급망 재편과 전략 산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외교가 재가동되면서 경제안보를 둘러싼 글로벌 협력 구도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당초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이유로 귀국 일정을 앞당기면서 무산됐지만, 오는 24일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 전략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는 만큼, 실제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에너지·조선·자원 등 구체적인 분야에서 협력 의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경제 안보’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는 가운데, 비중국권 동맹국 간의 공급망 강화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허가 기간을 6개월로 제한한 조치는 수출 중단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들도 전략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해저자원 개발기업인 ‘더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 TMC)’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TMC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심해저에서 채광하는 기업으로, 미국 정부의 ‘자원 독점 방지’ 행정명령 이후 주목받아 왔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로 탈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됐다”며 “TMC 역시 비중국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당사와의 파트너십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재편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은 이에 앞서 방산 핵심소재로 꼽히는 안티모니의 미국 수출도 본격화한 바 있다. 미국 내 수요처를 확보하며 판로를 넓힌 것은 물론, 미국이 강조해온 전략광물 공급망의 ‘탈중국화’ 흐름에도 부합하는 행보다.
재계 전반에서도 대응 움직임이 포착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조선, 에너지, 원자력, AI, 반도체, 모빌리티, 중간재 등 6대 전략 산업에서 한미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경제단체들도 미국과의 협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미일 등 경제 동맹국들이 정상회담을 통해 공급망 협력 분야를 구체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도 이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에너지와 자원, 방산, 조선 등 경제안보 핵심 분야가 향후 외교·산업 정책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