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25만원 지원 ‘현금과 통치’ 대가성 패턴 지사와 다른 대통령 책임
취임 첫 날인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다.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정원은 14명이다. 법 시행에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 후 매년 4명씩 4년간 16명을 늘리는 안이다. 박범계 소위원장이 법안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관 1명이 3천건을 처리한다. 충원이 합리적이다.” 재판 업무 과중이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개정 목적을 그렇게만 보는 국민은 없다.
취임 5일째인 8일 오전.
서영교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파생될 경제 효과를 수치로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1% 정도는 성장할 것이다.” 물론 통계가 나온 구체적 근거는 생략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그다. ‘명심’(이재명 지지) 확보가 절박했을 것이다. 대통령 뜻을 대변한다고 한 것 아니겠나.
취임 6일째인 9일 오전.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했다. 지시의 방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서민 물가 안정, 다른 하나는 신속한 추경 편성. 고물가를 상징하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 라면 한 개에 2천원도 한다는 데 진짜냐.” 윤석열 정부 1차 추경에 이은 2차 추경 편성도 지시했다. ‘1인당 25만원 지급’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규모 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이게 대통령 취임 첫 주다.
물론 보기 좋은 모습도 있었다. 낙선자인 김문수 후보에게 전화를 했고, 야당 비대위원장 등과 비빔밥 회동도 했다. 치열한 경쟁의 푸근한 마무리다. 비상 명령권을 발동해 경제TF를 출범시켰다. 경제 회복을 향한 의지 표현이다. 총리·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고 임명했다. 국정 공백을 채워가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일주일에서 위의 세 모습만 본 국민도 있을 거다. 내게는 유독 선명한 이유가 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 나는. 2009년 무상급식 취재부터 쭉 그랬다. ‘재벌 집’에 도시락 주면 안 된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기세는 거대했다. 없어지기는커녕 모든 선거를 삼켰다. 유권자는 보편적 복지를 예외 없이 찍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 차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보편적 복지 반대’를 끌어안고 있다. ‘현금 퍼주기=미래 세대 빚’이라는 등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표 청년 배당·기본소득에도 그래서 늘 이견을 달았다.
대선에서 잠깐 놀랐다. 이재명 10대 공약에서 기본소득이 빠졌다.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썼다(경기일보 5월13일자 사설). 우클릭이더라도 의미 있어 보였다. 당선 뒤에 현금 복지 축소를 권해볼까도 했다. 이런 기대가 첫 주에 사라졌다. -당내에서 알아서 운을 떼줬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주자’(취임 5일). 같은 민주당의 ‘사법 방탄’과 뒤섞였다. ‘대법관을 왕창 늘리는 법안 강행’(취임 당일). 대통령실도 ‘심도 있는 논의’로 받았다(취임 6일).
그냥 현금 복지로 갈 것 같다.
현금 복지가 불편한 건 대가성 때문이다. 선거 때 뿌리면 표를 받았다. 위기 때 뿌리면 지지율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편적 복지는 그랬다. 그래서 무서운 게 통치권자의 현금 복지다. 임기 내 지방선거도 있고 총선도 있다. 고전할 때도 있고 욕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현금 복지를 꺼낼수도 있다. 통치권자는 그럴 수 있는 자리다. 그 현금이 부채가 되고, 물가 올리고, 미래 세대 빚이 되더라도....
현금 복지를 통한 위기 돌파는 있어선 안 될 통치 패턴이다. 이 패턴의 일단이 첫 주에 얼비쳤다. 그 속에 ‘임기 5년’이 투영됐다. 토론 중 A가 내게 물었다. “그러면 국가는 아무것도 안 해야 옳은가.”, “공화주의는 왜 있나.” 내가 해준 답은 이거다. -경제의 한계가 복지의 한계다. 그 선을 넘는 영역은 빚으로 전환된다. 지금의 빚은 미래 세대의 짐이다. 재난소득 축제가 부채로 바뀐 경기도가 증명이다. 매년 3천억원씩 갚아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더 커진 일주일이었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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