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금 파주마중물 회장의 하루는 오전 4시에 소란스럽게 시작된다. 아침운동 때문이 아니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만들기 위해서다.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 나물을 지지고 볶는 소리 때문에 가족들은 늘 ‘단잠을 깬다’고 김 회장은 말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파주지역 내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인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에게 점심 반찬을 나눠주기 위함이다.
좁은 아파트에는 6대의 냉장고와 식기, 반찬 그릇, 반찬 재료 등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김 회장의 집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불케 한다.
반찬 재료는 모두 국산이다. 김 회장이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채소류와 우거지 등 나물은 꼭 원산지를 확인한다. 참기름 등도 직접 짠다. 우족이나 해물 육수가 필요할 때도 토속 재료를 쓴다. 인공조미료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성들인 반찬은 김 회장과 자원봉사자들이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학수고대하는 취약가정에 신바람나게 배달된다. 김 회장은 “어르신들이 너무 맛나 하신다”며 “가끔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이렇게 해주면 안되겠느냐며 농담을 던지는 어르신들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짠할 때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 가정에는 최소 5첩 반상의 반찬을 배달한다. 여러 사정으로 끼니를 거르는 70~100세 가까이 된 분들이다.
김 회장의 반찬 첫 무료 봉사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부모님이 집을 찾아온 손님들 손에 무언가 꼭 쥐여줬던 추억을 간직한 그는 처음 한 가정만 책임지고 끝까지 가자고 다짐했다. 그러다 방문할 때마다 다른 가정을 소개해주면 이런 생각이 흔들렸다. 그래서 지금은 16가정에 이른다.
그는 혼자 시작했다가 이제 뜻있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마중물(나눔 촉매역할)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반찬 봉사를 이어간 지 올해로 15년째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모두 자비로 했지만 파주시 관련 우수프로그램에 선정돼 30여명의 회원이 후원을 해주고 있다”며 “이 중 10여명은 직접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반찬 나눔 봉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남편의 적극적 도움이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퇴역 군인 출신인 남편은 퇴직연금을 받고 생활하면서도 필요하면 아낌없이 지원해준다고 한다.
그는 반찬 봉사 외에도 가을 김장 담그기 등 각종 복지시설 급식 지원 활동, 행정 및 민원 도우미, 전국 자연재해 복구 현장에도 적극 참여했다. 파주시자원봉사센터는 이런 김 회장을 정부에 추천, 최근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최근 어깨 재수술을 한 김 회장은 “98세 할아버지가 반찬 오기만을 기다린다”며 “반찬이 필요한 분들이 계속 있는 한 봉사를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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