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 프레임 유효... ‘정치적 고향’ 경기도서 131만표 수도권 196만표 격차
당선 요인 분석 계엄發 조기 대선… ‘정권 심판’ 프레임 通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49.42%의 득표율로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정권 재창출이 아닌 정권 심판에 무게가 실린 선거였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정확히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며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내란 종식’과 ‘헌정 회복’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를 정권 심판의 프레임으로 전환하며 혼란을 수습할 해결사로 자신을 각인시켰다.
이 대통령은 “총알은 강하지만 투표는 더 강하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단호하면서도 감정에 호소하는 메시지로 유권자의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결집을 이끌어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계엄 논란 방어에 집중하면서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지만 대중적 공감대를 얻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과 검찰권 남용 논란이 떠오른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헌정 회복의 대표주자라는 상징성을 확실히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또 보수 진영은 이에 맞설 대체자 선정과 이후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설득력 있는 프레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수도권 전역에서 김문수 후보를 앞서며 당선에 결정적인 우위를 점했다. 최종 개표 결과 이 대통령은 경기도에서 절반을 넘긴 52.2%(김문수 38%), 인천 51.7%(김문수 38.4%), 서울 47.1%(김문수 41.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체에서 196만표 이상 김 후보를 따돌리며 승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30세대 표심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 공동 예측 출구조사에 따르면 부동층으로 평가받는 20대에서 41.3%(김문수 30.9%)가 이 대통령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여성은 이 대통령이 58.1%를 얻으며 과반을 가져갔다. 이는 탄핵 이후 형성된 정치적 위기의식과 헌정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보수세가 강한 60대에서도 이 대통령은 48%의 지지를 얻었다. 48.9%로 1위를 기록한 김 후보와의 차이가 0.9%포인트에 불과해 판세를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는 소리보다 흐름이 중요했던 선거로 이재명은 시대정신을 정확히 짚었다”며 “윤석열 탄핵 이후 보수에 대한 거부감이 수도권과 청년층에서 강하게 형성됐고 현 보수정당을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 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정치적으로 균질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모인 곳인데, 이재명은 중도와 젊은 유권자를 위한 실용 메시지를 잘 포착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혼란 끝에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강성 이미지를 덜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당내 갈등과 단일화 파동은 준비 안 된 정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중도층은 등을 돌렸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문수 후보가 보수 결집에는 일정 역할을 했지만 수도권·청년층에 대한 설득은 부족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을 감싸안은 전략은 기존 지지층을 넘지 못했고 결국 정권 연장의 명분도 약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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