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고 과학고 전환 찬반교차…“정체성 단절” vs “역사계승 노력”

총동문회 “전통 이어간다” 입장 밝혔지만, 일부 동문 “사실상 모교 소멸” 반발

부천고교 입구 전경. 김종구기자
부천고교 입구 전경. 김종구기자

 

부천고의 경기형 과학고 전환이 확정된 가운데 학교의 역사와 정체성 보존을 둘러싸고 동문들 사이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천고의 과학고 전환으로 야구부와 사이클부 등이 해체 위기에 놓여 학생 및 학부모의 불안(경기일보 10일자 10면)이 커지고 있다.

 

25일 시와 이 학교 동문 등에 따르면 부천고는 2027년 3월부터 경기형 과학고로 전면 전환되면서 학교 명칭과 교육과정 등이 변경된다.

 

이에 부천고 총동문회는 과학고 전환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총동문회 관계자는 “대전의 동신고가 동신과학고로 전환 이후에도 졸업기수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며 “부천과학고도 역사관 건립, 모교발전위원회 활성화 등을 통해 부천고의 역사와 전통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동문은 반발하고 있다. 학교 이름과 교육철학이 완전히 바뀌는 만큼 ‘사실상 부천고는 폐교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 학교 제28회 졸업생 A씨는 “명칭과 교과가 모두 바뀌면 부천고의 정체성과 유산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졸업기수를 잇는다 해도 그것만으로 모교의 본질을 이어간다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제32회 동문 B씨는 “부천고는 지역 교육의 상징이자 자부심이었다”며 “과학고 전환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름이나 상징을 남겨야 역사와 정체성이 보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1회 동문 C씨는 “부천고는 수많은 동문의 삶과 추억이 깃든 공간이다.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약속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과학고 전환이 지역의 교육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인재를 육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50여년의 전통을 가진 부천고의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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