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스포츠문화에서 다소 주변적 존재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스포츠 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소비층으로 자리 잡을 만큼 스포츠 소비 분야에서 여성들의 참여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프로스포츠 연구에서 남녀 관중 비율은 남성이 70.2%로 다수를 차지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여성 소비자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의 스포츠 참여율은 61.4%로 보고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다양한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쉬워지면서 여성 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이 된 면을 살펴볼 수 있다. 인기 선수들이 TV 예능,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기 하이라이트, 선수들의 훈련 장면, 인터뷰, 브이로그 등 다양한 콘텐츠에 접근하면서 선수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특히 여성들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경기장뿐만 아니라 스포츠 선수의 사생활이나 라이프스타일, 그들이 이용하는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이를 살펴볼 수 있는 미디어채널을 활용한다. 예전에는 스포츠가 단순히 경기 중심의 콘텐츠였다면 지금은 선수들의 이야기, 라이프스타일, 팀의 역사, 스포츠를 주제로 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이같이 미디어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관심사나 그들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방법으로 스포츠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2024년 뉴욕타임스는 한국 스포츠경기장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많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케이팝문화가 큰 역할을 했다고 언급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나 대상에 애정과 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행위를 의미하는 소위 ‘덕질’의 대상이 주로 아이돌이라면 특정 아이돌을 향한 맹목적인 응원 방식, 즉 스포츠 스타의 여성 팬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전국을 다니고, 응원의 의미로 커피 트럭을 보내고, 맨 앞줄 좌석에서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의 사진을 찍는 등 아이돌 팬문화가 스포츠에도 전이돼 유사한 방식으로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젊은 여성 팬들은 선호하는 대상에 대한 충성도와 소비력이 남성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프로스포츠 마케팅의 주요 타깃 소비자가 된다. 경기 티켓 예매 남녀 비율은 각각 45%와 55%로 유사하지만 MD 굿즈상품 구매율에서는 여성이 70%로 두 배가 넘는다. 프로농구연맹의 경우 캐릭터 상품, 선수 포토카드, 경기장 내 무인 사진 부스, 여성 선호 브랜드와 협업한 특별상품 출시 등 여성 팬들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은 매우 다양하다.
특히 최근 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응원법, 야구규칙 등을 초청 강연해 스포츠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이벤트 등이 큰 호응을 얻었고 경기장에서도 여성 전용좌석, 가족석 등 여성친화적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스포츠에 진심인 여성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디깅(Digging) 트렌드의 일종이고 ‘나’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일 수 있다. 단순히 소비 부문에서 여성의 양적 성장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건강 증진, 스포츠 선수, 지도자, 생활체육 확대 등 다양한 포괄적인 스포츠 생태계에서 여성의 영향력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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