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경열 보건학 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외상센터 의료진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진 부족, 지역 간 의료 격차 등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조명했다. 실제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지금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는 소위 ‘응급실 방랑’ 문제로 인해 중증외상 환자가 의료기관에 수용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을 종종 접한다. 이는 우리나라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대형 병원의 응급실은 환자로 가득 차 있으며 특히 야간과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급격히 증가한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한 공간에 뒤섞이면서 응급 의료진이 신속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3년 응급의료 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을 개선해 경증 환자가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이용하는 문제를 줄이고 중증 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분류 기준 적용이 일관되지 않으며 병원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경증 환자를 돌려보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족해 응급실 과부하가 지속되고 있으며 응급의료기관 간 협력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KTAS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 병원 및 야간진료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도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와 압박 속에서 일하는 모습이 강조됐듯이 현실에서도 응급실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외상외과의 경우 업무 강도가 높고 야간근무 부담이 커 지원자가 점점 줄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응급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해 응급실 내 인력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추가 수당과 복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또 응급의료 전담 간호사 및 지원 인력을 확충해 의료진의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응급실 내 환자 분류 및 이송 시스템을 개선하고 119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민간 병원 중심으로 운영돼 수익성이 낮은 응급의료 분야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는 곧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공공 응급의료센터를 적극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은 민간 병원이라도 응급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고 응급의료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지역 거점 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해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단순한 의학 드라마가 아니다. 이는 현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의료진의 목소리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응급의료체계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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