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거부 확산…교사들, “도대체 어디까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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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교를 설득해 올해 현장체험학습을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에서 겪은 고난을 잊지 못해서다.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에서 A씨는 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당시 고속도로에서 운전 중 휴대폰을 보던 버스기사가 어수룩하게 운전해 트럭 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다행히 아무일 없이 상황을 마무리하고 출발했지만 B씨는 그날 저녁 학부모들 민원으로 진땀을 뺐다. A씨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부모님들께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했고, 학부모들께서 항의를 많이 했다”며 “버스 기사의 잘못은 온데간데 없고, 교육청이나 학부모들께서 책임을 따져묻는 통에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2. 인천 서구 한 공립초등학교 교사 B씨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현장체험학습을 할 때 일어날 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물론, 사고가 일어날 경우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할지 막막해서다. B씨는 지난해 현장체험학습 당시 한 학생이 불안을 호소해 A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하자 온종일 해당 학생과 보내야 했다. B씨는 그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너무 불안했다고 설명한다. B씨는 “당시 다른 아이들의 안전 문제가 없는지 직접 확인하지 못해 너무 불안했다”고 회상했다.

 

인천지역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10일 인천교사노조의 조사 결과, 인천 교사 555명 중 432명(78%)은 현장체험학습의 전면 폐지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사 418명(75%)은 안전사고로 인해 민·형사 재판시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강원도의 한 현장체험학습 인솔 교사가 안전사고를 이유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교사들 역시 안전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법적 분쟁을 피하고 어렵고, 최악의 경우 강원도 사례처럼 퇴직을 해야 할 정도의 판결을 받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는 것이다.

 

현행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교사의 현장체험학습 등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 조항이 마땅히 없다. 교육부는 법을 개정, 교사가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 면책 단서 조항을 신설하고 오는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하지만 인천 교사들은 6월이 되기 전까지는 마땅한 보호조치가 없고 이 조항조차도 모호하다는 이유로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성경 인천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이 의무가 아님에도 교사들이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큰 문제”라며 “학교에서는 올해 현장체험학습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생님들의 우려와 고충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교육부와 정부에서 나서기 전까지는 법적 분쟁을 막을 이렇다할 방법 마련은 어려울 것 같아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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