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수원] 1천225명 수원시민이 품어 만든 진주 ‘새벽빛 장애인학교’

image
지난해 7월 이재준 수원시장(가운데)과 최순호 수원FC 단장, 김상연 수원경실련 공동대표가 새벽빛 장애인 야학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수원 지역의 학습과 배움의 의지를 가진 장애인들이 모여 공부하는 ‘새벽빛 장애인학교’ 가 수원특례시민의 도움으로 새 터전을 마련했다.

 

1천225명에 달하는 시민의 후원으로 권선구 수여성병원 3층을 리모델링해 안착한 새벽빛 장애인학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설렘을 더해 행복한 학교가 될 준비가 한창인 새벽빛 장애인학교 이야기를 들어보자.

 

image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새벽빛 장애인학교 로비에서 휠체어를 탄 학생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수원시 제공

 

◇ “새벽빛엔 우리들이 모여 살아요~”

 

수여성병원 3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새벽빛 장애인학교’라는 큰 대문이 한눈에 보인다. 로비는 휠체어끼리 부딪히지 않고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마련됐다. 로비 왼쪽 벽면에는 ‘명예의 전당’이 설치, 학교 이전을 위해 마음과 성의를 모은 수원 지역 단체와 기관, 개인 후원자들의 이름이 벽면 가득 빼곡하게 담겼다.

 

270여㎡ 규모의 공간 중 가장 중요한 교실 두 곳은 안쪽에 배치했다. 첫 번째 교실은 벽면을 전신거울로 설치해 무용과 연극 등의 수업에서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 유리로 된 외벽 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경관은 창의적인 교육 활동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쪽에는 기타, 소고, 장구, 사물놀이, 요가매트 등 각종 교구를 쌓아둘 공간도 마련했다.

 

두 번째 교실도 제법 넓은 공간을 차지해 다양한 학습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복도, 상담실, 사무실, 대기실 등의 공간도 마련돼 이용자들의 편의가 한층 높아졌다. 이은숙 교감은 “전에는 공간이 좁아서 ‘지나갈게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는데 지금은 그 말이 싹 사라졌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image
새벽빛 장애인학교 새 교실에서 신승우 교장이 훈화를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넓고 깨끗하고 편리한 공간에서 배움 의지 ‘활활’

 

시민의 정성으로 새로운 학교에서 새 학기를 맞게 될 성인 장애인 학생들은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학습 의지를 뿜어냈다.

 

어린 시절 제대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진예원씨(59·여)는 11년째 새벽빛 장애인 야학을 다니고 있다. 검정고시 과정을 통해 중등과 고등 졸업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사이버대학교에서 특수상담치료학과 4년 과정을 마치고 관련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진씨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우리를 알아주고 마음을 합해주신 시민들이 있어 우리 학교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수원시민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윤순씨(71·여) 역시 4년째 새벽빛 장애인 야학을 다니는 학생이다. 지체장애인인 그는 연극반, 사진반 등 예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학교에 나오는 자체로 위로를 받곤 했다. 하지만 기존에는 건물 내 장애인 화장실이 부족해 횡단보도를 2개나 건너 멀리 있는 건물로 화장실 원정을 다녀와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씨는 “깨끗한 환경에서 배움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수원시와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학생이 학교로 이동하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지원사들도 훨씬 편안해졌다. 휠체어 두 대가 들어가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수업하는 동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변화가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승우 교장은 “새벽빛 장애인 야학 살리기 운동의 성공은 지역의 문제를 지역이 해결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수원시민이 한줄기 맑은 시냇물 같은 희망을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image
수원시민의 도움으로 새 학습공간을 마련한 새벽빛 장애인학교 학생과 교직원들이 교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장애인 야학 이전 어려움, 수원 지역사회가 풀어내다

 

새벽빛 장애인 야학은 2007년 오목천동의 한 건물을 임대해 문을 열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장애와 차별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장애인 평생교육과 사회참여를 지원해 왔다. 배움에 갈증이 있는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문해교육, 검정고시, 기초영어, 한자, 정보화 등 일반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습 욕구를 충족했다. 또 풍물, 미술, 전통문화, 음악, 연극, 악기, 사진, 뉴스포츠, 문화창작, 영화, 도예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성인 장애 학생의 사회성과 성취감도 높였다.

 

새벽빛 장애인 야학이 입소문을 타면서 30여명 수준이던 학생 수가 점차 늘었다. 결국 70명을 훌쩍 넘긴 지난해부터는 공간 부족 문제를 현실적으로 맞닥뜨려야 했다.

 

신 교장과 직원들은 학생들을 위해 보다 넓은 교육 공간을 찾아 나지만 차가운 현실과 편견을 직면해야 했다. 적당한 크기의 공간은 예산이 부족하기 일쑤였고, 타협을 거듭해 어렵사리 계약을 약속한 뒤 다시 거절당하는 일도 있었다. 건물 내 다른 입주민들이 장애인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유였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수여성병원 관계자가 건물의 한 층을 반값에 임대해 준다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제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각종 설비, 인테리어 비용이 난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사정을 알게 된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시민의 자발적인 모금을 유도해 인테리어 비용을 마련키로 하면서 새벽빛 장애인학교 이전에 ‘새빛’이 들기 시작했다.

 

image
매교동 주민인 유복단 할머니(가운데)가 폐지를 팔아 모은 금액을 새벽빛 장애인학교 이전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수원시 제공

 

◇ 폐지 줍는 할머니까지 참여한 수원시민의 ‘십시일반’

 

모금 운동의 첫 발은 수원시자원봉사센터와 수원경실련, 수원FC가 뗐다. 지난해 7월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모금 활동과 홍보에 힘을 모았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장애인 야학 돕기를 나눔프로젝트의 전략형 과제로 선정해 모금 운동을 확산하고자 노력했다.

 

모금은 8월부터 본격화됐다. ‘단 한 번, 만원의 기부’라는 슬로건으로 수원FC선수들이 모금을 독려하는 포스터가 수원지역 곳곳에 붙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사통팔달협의회, 장안사랑발전협의회, 권선사랑연합회, 영통발전연대 등 지역 내 민간단체들이 적극적으로 후원에 참여했고,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봉사단과 개인 봉사자의 참여도 줄을 이었다.

 

특히 모금활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말에는 매교동 주민인 유복단 할머니(73)가 124만원을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폐지를 팔아 5개월 동안 모은 소중한 기부금이었다. 당시 유 할머니는 “야간학교를 다니던 때가 가장 행복했다”며 “배우지 못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소중하게 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전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3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 새벽빛 장애인 야학을 위한 모금은 목표액 7천300만원을 달성했다. 72개 단체와 기업이 참여했으며, 기부 인원은 1천22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830명은 시민 개인 참여자였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새벽빛 장애인 야학 교육환경 개선 프로젝트 해단식에서 “나눔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새벽빛 장애인 야학 환경개선 모금에 참여해 주신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시민의 따뜻한 마음이 큰 힘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