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동연, ‘이재명과 정면 경선 승부’ 선언?

‘明心’ 쫓아다니는 민주 잠룡들
“(2심) 내 길 간다” “창당 없다”
정면 승부 의지로 당내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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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광주로 몰려가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7일 갔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 앞에서 기자회견 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11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고 절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13일 찾았다. 잠룡이다. 5·18민주묘지에 꽃을 바치고 무릎 꿇었다. 호남 정치인 이낙연 전 총리도 광주 행사를 가졌다. 잠룡이다. 10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목청 높였다. 잠룡도 아닌 전남도지사까지 가세했다.

 

대선의 시작인가. 제비 오면 봄 온다고 했다. 제비가 봄을 가져 오겠나. 봄 왔으니까 제비 오는 거다. 그래도 봄은 제비에서 온다. 한국 정치사에도 그런 상징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광주에 몰려드는 잠룡 행렬이다. 광주가 바빠졌다 싶으면 대선 온 거다. 특히 민주당에는 예외 없는 풍경이다. 김부겸·김동연·김경수를 잠룡 3김이라 한다. 두 ‘김’이 일주일 차로 광주를 찾았다. 5·18 묘역에 ‘방명록’을 적었다. 나라 걱정을 썼다.

 

광주 다음 가는 대선 상징이 있다. 행정수도 충청도 이전이다. 참여정부 이후 빠진 적이 없다. 특히 민주당 쪽에는 단골이다. 이 말은 1 ‘김’, 김경수 전 지사가 했다.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히 이전해야 한다.” 16일 방송에 출연한 자리였다. ‘개헌 사항인데 여야 협의 가능하다’고도 했다. 김부겸·김동연도 곧 행정 수도 이전을 말할 것 같다. 김경수도 곧 광주 5·18 묘역을 찾을 것 같다. 이렇게 민주당 대선은 시작된 것 같다.

 

사실, 대선에 불을 붙인 건 따로 있다. 5일 유시민 작가의 ‘입’이다.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김부겸), “착한 2등 전략을 써야 한다”(김경수), “이재명 덕에 되고 배은망덕하다”(김동연).... 난데없이 잠룡들을 평했다. 결론에선 이재명 지키기를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건 민주당이 망하는 길이다.” 그런데 흐름은 그의 뜻(?)과 달리 갔다. 조심스럽던 대선판을 되레 들쑤셨다. 모두가 떠들어 댈 명분을 줬다.

 

그러자 바닥이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다. ‘항소심’을 보는 각자 셈법이다. 지금 민주당은 난공불락의 1극 체제다. 원내·외, 당원까지 이재명 정당이다. 설혹 이재명 없는 경선이어도 달라질 건 없다. 이재명계의 지지가 승리 요건이다. 현재 나오는 모든 정치 평론이 그렇다. 사실상 경선은 ‘이재명 없을 때’만 가능하다. ‘당선 무효형’을 받을 때 생길 틈이다. 그래서 나타나는 게 ‘이재명 충성’, ‘이재명 알현’ 같은 경쟁이다.

 

셈법이야 뻔하지 않나. 이 대표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되니까. 보험은 들어둬야 하니까. 그렇게 보면 김동연 지사는 참 까탈스러운 잠룡이다. 툭하면 이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회 소득 대체, 경기 분도 이견, 법인카드 마찰, 지원금 논리 비판.... 여기에 비명·반명계를 측근으로 받아들였다. 자문위원장·경제부지사가 그런 경우다. 조용히 ‘권력 이양’을 기다리는 다른 잠룡과 다르다. ‘권력 쟁취’ 뜻을 굳이 숨기지 않아 왔다.

 

이 궁금증에 답이 될지 모를 워딩이 전해졌다. 광주행에서 기자들과 나눴던 담소 중 몇 마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건 (이재명 대표) 2심이건 내 갈 길을 가겠다.”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벗어날 경우의 질문이다. 그때도 경쟁하겠다는 뜻이다. “창당할 생각이 없다.” 민주당 내 기반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더라도 민주당 안에서 정면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기자는 이렇게 정리해 보냈다. ‘사실상의 출마 선언인 것 같다.’

 

전해 듣기에도 그런 것 같다. 눈치 보는 잠룡이 아니라 승부 거는 잠룡이 되겠다는 것, 이재명을 대신할 잠룡이 아니라 이재명과도 경쟁할 잠룡이 되겠다는 것 같다. 지금보다는 더 거칠고 예민해 질 국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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